은행 자본 여력 확보로 기업 대출 문턱 낮춘다비수도권 핀셋 완화·공공기관 리스크 분담 논의
  • ▲ ⓒ챗GPT
    ▲ ⓒ챗GPT
    금융당국이 기업 자금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 자본 규제의 핵심 지표인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의 조정을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경기 둔화 우려와 금리 부담 속에서 기업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려는 조치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자본 여력 문제로 기업 대출에 소극적이지 않도록 RWA 기준의 디테일한 재량 영역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제 기준(바젤3)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성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RWA는 은행의 대출 자산에 부여되는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를 기준으로 최소 자기자본 요건이 산정된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대해 일률적으로 4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왔다. 이에 따라 자본 여력이 부족한 은행은 기업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위원장은 “국제 바젤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구조일 경우 위험가중치를 낮출 여지가 있다”며 “경직된 적용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비수도권 지역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신심사 기준을 차등 적용하는 ‘핀셋 완화’도 검토 중이다. 김 위원장은 “수도권과 지방 기업 간의 자금 사정 차이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출 공급 측면에서도 지역별 차등 조치가 필요한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금융위는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보증 확대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신보에는 올해 4000억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돼 있어, 이를 통해 기업 보증 여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이번 조치가 자칫 자본 규제의 완화로 이어져 은행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국제 기준을 위반하는 방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충분한 자본 기반 위에서 실물경제 자금 흐름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하반기 트럼프발 관세 정책 등 외부 변수로 기업 수출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자금 공급 위축을 막기 위한 사전 대응으로 해석된다”며 “RWA 기준 조정이 이뤄지면 은행권도 부동산 쏠림 완화와 신산업 자금 공급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