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웰의원 정맥부전 명가로 … 환자 위해 쏟는 땀방울심장혈관흉부외과 미래세대의 탈출구로 작동관리급여는 필패 … 통제에 막힌 의료 질의사 단체의 '자정 능력' 확보가 관건
  • ▲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 ⓒ정상윤 기자
    ▲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 ⓒ정상윤 기자
    서울 시내의 유명 대학병원을 수년간 전전하던 42세 남성. 발뒤꿈치 통증으로 정상적인 걸음조차 어려웠지만 누구도 병의 원인을 밝혀주지 못했다. 족저근막염이라는 진단만 되풀이됐고, 처방된 약도, 주사도, 물리치료도 효과가 없었다. 환자의 눈에선 희망보다 체념이 먼저 깃들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 노환규 원장이 진료하는 하트웰의원이었다. 진료 시작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진단을 내렸다.

    "다리가 아픈 것은 정맥이 울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피가 거꾸로 흐르고 있네요."

    노 원장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초음파를 들었고 혈관의 흐름을 따라가며 원인을 지목했다. 그 자리에서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 다 다녀봤지만 아무도 원인을 못 찾았다던 환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진료실을 나서던 환자는 "살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과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자 의료계 대표 투사였던 노환규 원장이 지난 몇 년간 정맥부전 명의로 통하고 있다. 일부 투쟁은 현재진행형이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선택한 길은 '환자의 통증을 멈추는 일'이었다.

    "우리는 아직도 튀어나온 혈관만 보고 하지정맥류라 부르죠. 실제 원인은 그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습니다. 하지정맥류가 아니라 병의 본질인 정맥부전으로 불러야 합니다."

    정맥통증학회장이기도 한 그는 개념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연구를 거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피가 거꾸로 흐르며 발생하는 통증은 단순한 혈관 문제를 넘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실제 정형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에서 원인을 찾지 못한 통증 환자들이 하트웰의원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절반이 의뢰환자이기도 한데 이는 난이도 높은 정맥부전 치료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속에 있는 정맥 고장을 살펴 정확히 진단하고 막아주기만 해도 수년간 지속된 통증이 사라진다. 근본적으로 대학병원의 과소진료, 일부 개원가의 과잉진료를 배제하고 그 중간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물론 환자를 위해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해서는 안 된다."

    진단과 치료가 어려워 방치되던 이들이 노 원장을 마지막 희망 삼아 찾아온다. 그들은 통증의 원인을 처음으로 듣고, 처음으로 설명을 듣는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처음으로 치유를 경험한다.
     
    ◆ 심장혈관흉부외과 의사들의 탈출구

    노 원장이 집중하는 정맥부전은 개원의 중심, 즉 로컬에서 더 활발하다. 대학병원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만 입각한 치료, 수술방 확보가 관건이어서 새로운 기술이나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정체된 현실이다. 

    "대학병원은 정맥부전을 대개 가장 주니어 의사에게 맡긴다. 검사도 의사가 아니라 초음파 기사에게 전가하는 실정이다. 여려 요인이 겹쳐 정맥통증 진료는 오히려 지역 병의원에서 훨씬 더 정밀하고 질 높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정맥부전, 정맥통증 치료는 그동안 기피과로 분류됐던 심장혈관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기도 하다. 타과와 달리 개원이라는 옵션이 없었던 과거와 달리 탈출구가 마련된 셈이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심장과 폐, 곧 '죽고 사는 일'에만 몰두했죠. 그런데 정맥은 삶의 질을 지켜주는 영역이죠. 죽지는 않지만 통증 때문에 살 수 없던 사람들을 살려냅니다. 그래서 분야에 매력을 느낀 미래세대가 많아지고 있죠."
  • ▲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 ⓒ정상윤 기자
    ▲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 ⓒ정상윤 기자
    ◆ 공공의료 강화는 답 아니다 … 관리급여는 필패 

    전 의협 회장 출신답게 그는 현 정부와 정치권의 의료 정책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의정 사태 이후 그의 SNS 문장은 연일 화제였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는 표면적으론 의대 증원이지만 실상은 의료 통제의 강화였죠. 혼합진료 금지, 관리급여 도입 등은 실손보험사만 웃게 하는 정책에 불과합니다." 

    특히 비급여 통제 일환으로 개념이 파생된 관리급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비급여 영역까지 통제해 환자 맞춤형 진료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결국 환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모두가 똑같은 수가를 받는 구조가 되면 질적 향상을 추구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죠."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공공의대 설립·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지금 우리가 벗어나야 하는 것이 바로 '관치의료'죠. 공공의료를 다른 말로 하면 관치의료인데 이를 강화하겠다고 하는 방식입니다. 만약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한국의료의 방향성은 정해진 겁니다. 성남시의료원 수준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 회피 대신 자정이 필요한 시기

    "지금 사태가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의사들의 책임도 있습니다. 회피하다가 덫에 걸린 것이죠."

    의협에도 의학회에도 윤리위는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징계의 권한도 미약하다. 결국 과잉진료를 비롯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정하지 못하면 통제는 외부에서 올 수밖에 없다. 의사 스스로가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키기 위한 내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작동돼야 의사를 옥죄는 관치의료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의사의 전문가주의는 윤리와 책임을 수반해야 유지된다. 당장 우리가 자정하지 않으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관리급여든 혼합진료 금지든 수단을 마련해 개입할 것이다. 그땐 진짜 의사로서 진료할 수 있는 기반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