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시행 앞두고 간협 주도 전담간호사 체계 논란흉부외과학회 "이대로면 심장수술 직격탄"
  • ▲ 에크모팀 수술 장면. ⓒ양산부산대병원
    ▲ 에크모팀 수술 장면. ⓒ양산부산대병원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흉부외과학회)가 '체외순환사' 붕괴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간호법 시행(6월 21일)을 앞두고 간호협회가 전담간호사 체계를 주도하면서 그간 의료기사·간호사 등 다양한 직역을 통해 훈련돼온 체외순환사 영역이 간호사로만 국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흉부외과학회는 최근 발표한 대국민 성명서를 통해 "심장수술의 핵심인 체외순환은 단순한 간호업무가 아닌 고도의 의공학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라며 "간호협회가 이를 간호사 전담 영역으로 규정하면 체외순환사 제도는 사실상 붕괴하고, 심장수술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가 짜놓은 틀에서 간호법이 시행되면 체외순환사 직역의 합법적 지위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우려다. 간호협회는 체외순환 업무를 '전담간호사'의 영역으로 규정하며 자체적인 교육과 인증만으로 해당 업무를 맡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의료기사 출신 체외순환사나 심장혈관흉부외과 중심의 인증 체계는 모두 무력화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의 교통정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후 '진료지원업무 제도화 방안 공청회'를 연다. 

    ◆ "우리가 PA 지지했지만 … 체외순환사까지 넘본다"

    흉부외과는 의료계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간호사 출신 PA(Physician Assistant)의 제도화를 공개 지지해 온 진료과다. 인력난 속에서도 전담간호사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간호협회와의 MOU도 제안하며 제도화 방안도 함께 논의해왔다. 그러나 간호협회가 체외순환까지 ‘단일화’된 간호사 체계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담간호사 제도 도입을 위해 누구보다 먼저 움직였고, 욕먹을 각오로 간호계와 손잡고 교육 체계를 만들고자 했다"며 "하지만 간호협회는 협조는커녕 기존 흉부외과 교육 시스템조차 배제한 채 체외순환사 영역까지 일방적으로 가져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교육과 자격 검증의 최종 권한을 독점하면서도 실제 교육 역량은 없다. 현장을 모르는 행정 중심의 분류 체계로는 수술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실제 간호사들이 교육조차 받기 어려운 특수 분야까지 욕심을 내면서, 오히려 환자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만약 이번 제도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체외순환 인력이 모두 법적으로 배제되면서 심장 수술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며 "우리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법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술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그 책임은 제도를 방치한 정부와 간호협회에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진정으로 간호사의 지위를 높이고 국민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면, 간호협회는 직역 확장보다 기존 현장의 전문성과 협업 구조를 먼저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