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산 중 브라질산 비중 80% … 장기화 시 가격 압박 불가피프랜차이즈는 국내산 재고 확보 … 중소 브랜드·자영업자 타격 우려정부, 태국 등 대체 수입선 모색 … 국내 공급 확대도 병행 추진
  • ▲ 마트에 진열된 닭 ⓒ연합
    ▲ 마트에 진열된 닭 ⓒ연합
    브라질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여파로 국내 닭고기 수입이 전면 중단됐다. 유통업계는 당장 타격은 없더라도 수입산 비중이 큰 편의점·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공급 불안에 대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7일 브라질산 종란, 식용란, 초생추, 가금육 및 관련 생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브라질 남부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데 따른 대응이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브라질은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지난해 수출액은 10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했다. 특히 이번에 AI가 발생한 히우그란지두술주는 브라질 전체 닭고기 생산량의 60%가 집중된 핵심 지역으로 알려진다.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브라질산 비중은 절대적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닭고기 수입량은 약 22만톤(t), 이 가운데 브라질산이 18만t으로 81.8%를 차지했다.

    수입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 상승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브라질 썩은 닭 파동 당시 국내산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약 10% 오른 바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닭고기 도매가격은 2월 kg당 3400원대에서 지난달 3800원, 이달 20일 기준 4000원까지 상승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국내산 닭을 사용하고 있고 3개월치 재고를 확보해 당장은 문제가 없다"라며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 ▲ 치킨
    ▲ 치킨
    문제는 국내산 대비 절반 이하 가격의 브라질산 닭고기가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폭넓게 활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편의점에선 순살치킨, 닭강정, 치킨버거 등 제품에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하고 있다. 편의점 관계자는 "약 두 달치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나 레시피 변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마트 관계자는 "일부 델리 제품에 브라질산 닭고기가 들어가지만 현재로선 물량 확보에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장기화될 경우 태국산 등 대체 수입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들도 대체재 찾기에 분주하다. 일부는 메뉴에서 닭고기 제품을 제외하거나 수입산 교체를 고민 중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브라질산 닭 대체품 좀 알려주세요"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와의 협의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육가공협회에 브라질 외 국가에서 수입 가능한 닭고기 물량과 단가를 이번 주까지 취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를 토대로 태국 등 대체 수입선 확보와 국내 공급 확대를 포함한 수급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육계협회도 주요 육계 계열화 사업체에 생산 확대를 요청했다. 하림, 마니커, 참프레, 올품, 동우팜투테이블, 한강식품 등이 협조 대상이다. 이 가운데 하림은 5∼6월 육계 출하량을 전년 동기 대비 105%, 7∼8월엔 11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수입 차질의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박성호 LS증권 연구원은 "국내산 닭고기 수출량 약 6만t이 내수로 전환될 경우 일부 수급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면서 "수입 공백은 제3국 수입처나 기존 재고 활용을 통해 일정 부분 보완이 가능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