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창구는 매일 '완판' … 금리 낮은 은행에 수요 몰려당국 긴장, 은행 조이기 … "금리 인상·한도 제한"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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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청 가능한 대출건수가 모두 소진됐습니다."KB국민은행 모바일 앱(스타뱅킹)에서는 최근 매일같이 이런 안내문이 뜬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접수가 개시 직후 마감되는 ‘오픈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대출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에 ‘막차라도 타자’는 대출 수요가 쏠리고 있다.25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신청 수요가 몰리자 일일 접수 건수를 150건으로 제한했다.국민은행 관계자는 “타행보다 낮은 금리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수요가 집중된 결과”라고 설명했다.실제로 국민은행은 특별한 조건 없이 연 3.64%의 금리를 적용하는 반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카드 실적, 우대금리 등을 충족해야 유사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부터 이어진 오픈런 현상이 DSR 3단계 시행을 앞두고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평가다.◇수요 막기 위해 금리 인상 … 은행 "차단" 모드DSR 3단계는 수도권 주담대·신용대출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금리를 기존 1.2%에서 1.5%로 올리는 내용이다. 대출 심사 시 적용 금리가 높아져 사실상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지방은 기존 0.75%를 6개월간 유지한다.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이 1억원인 사람이 30년 만기, 연 4.2% 금리의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2단계 적용 시 한도는 6억3000만원이지만, 3단계에서는 5억9000만원으로 약 3300만원(5%)이 줄어든다.같은 조건으로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할 경우 5억9000만원에서 5억7000만원으로 1900만원(3%), 주기형(5년 주기로 금리 변경)은 6억5000만원에서 6억4000만원으로 한도가 1800만원(3%) 깎인다.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변동형의 경우 기존 6억8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3단계에서는 5억7000만원으로 거의 1억원 가까운 한도 축소 효과도 발생한다.이처럼 규제 강화가 예고되자 은행들은 한동안 대출 문턱을 낮추며 수요를 흡수했다.NH농협은행은 대면 변동형 주담대 우대금리를 0.45%포인트 확대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대면형 주담대 가산금리를 인하했고, 신한은행도 비대면 우대금리를 신설하며 금리 인하에 나섰다. 그러나 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은행권은 다시 수요 억제 모드로 전환했다.국민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인상했고, 우리은행은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폐지했다.◇보름 새 3조원↑ … “이달 가계대출 5조 늘 듯”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원으로, 4월 말(743조848억원)보다 2조8979억원 많다.증가 속도가 월말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약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증가 폭이 지난달(+4조5337억원)보다 1조3000억원가량 뛰어 2024년 8월(+9조6259억원)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DSR 시행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와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일부 은행은 금리 대신 상품 한도 제한으로 수요를 조절 중”이라고 말했다.전문가들은 3단계 DSR로 수도권 실수요자, 특히 중산층 이하 계층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내다본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출 1억원 이상에 주담대 비중이 높은 차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한도 축소와 이자 비용 증가가 동시에 닥치기 때문에 자금 운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또 “청년층,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은 실질적인 ‘주거 사다리’가 끊길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지방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금리 적용이 유예된 데다 미분양 적체 등으로 수요 자체가 위축된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