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공정 장비 반입 시작 … “세계 최단 기간”12조 투자 … 2026년 말, 월 3.2만장 양산 목표더 큰 면적서 다수의 패널 생산 … 원가 절감 가능삼성D, 2026년 말 양산 목표 … LGD, 투자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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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차세대 고성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생산시설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 뒤 한국이 기술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OLED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BOE는 쓰촨성 청두의 8.6세대 OLE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공정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당초 계획했던 시기보다 4개월 앞선 것으로, 계약부터 장비 반입까지 불과 16개월 만에 이뤄졌다. 회사 주장에 따르면 이는 8.6세대 생산라인 기준 세계 최단 기간이다.해당 공장에는 630억 위안(한화 약 12조원)이 투자됐다. 2026년 말 양산이 목표이며, 완공시 월 3만2000장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앞서 BOE는 지난 2023년 11월 IT용 8.6세대 OLED 생산라인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BOE의 유례없이 빠른 생산라인 구축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번 공장 건설에 BOE가 투입한 자기자본은 200억 위안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청두시는 산업·건설·자금 등 부서를 아우르는 전담 서비스팀을 구성했고, 수도·전기·물류·창고 등 생산 요소를 통합 지원하는 매니저형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 성·시협업, 지역 간 협력, 다부처 연계를 가능케 했다. 그 결과 BOE는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세계 두 번째 8.6세대 OLED 공정을 갖게 됐다.8.6세대 OLED 패널은 2290mm×2620mm 크기의 유리 기판을 활용, 이를 통해 기존 6세대(1500mm×1850mm) 대비 더 큰 면적에서 다수의 패널을 한 번에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14.3인치 태블릿 패널 기준 6세대 설비는 라인 1개에서 연간 450만대를 만드는 반면, 8.6세대 설비로는 100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대량 생산이 이뤄지면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다.양산이 시작되는 경우 시장 내 BOE의 입지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자기기 시장은 TV(대형), 스마트폰(소형)에 이어 노트북, 태블릿 PC 등 중형 제품들의 OLED 전환이 시작되고 있다. 이에 빠르게 더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많이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점유율 측면에서 유리하다.OLED는 LCD와 달리 한국의 기술력 월등히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중국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물량 공세를 내세우는 경우 기술력과는 별개로 점유율 측면에서 밀릴 수 있다. 이는 가격 경쟁력 하락과 수익성 감소로 이어진다. 최근 BOE 등 중국기업이 이미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애플의 공급망에 속속 진입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은 줄어드는 추세다.일각에서는 OLED 또한 LCD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비슷한 이유로 LCD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준 적 있다. 과거 LCD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며 디스플레이 종주국으로 인정받았던 한국은 중국의 경쟁력과 가격에 밀려 점유율을 잃었고, 현재는 LCD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업계에서는 8.6세대 OLED 양산을 먼저 시작하는 기업이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가질 것으로 보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BOE 외 중국의 3위 디스플레이업체인 비전옥스 또한 현재 8.6세대 OLED 생산라인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삼성디스플레이는 약 4조1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아산에 8.6세대 OLED 신공장을 구축 중이다. 본격적인 양산 시점은 2026년으로 연간 1000만 개의 8.6세대 OLED 패널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베트남에도 8.6세대 OLED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국의 아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8.6세대 OLED 패널의 모듈을 부착하고 조립하는 후공정을 담당한다. 다만 지난해 설비투자금액으로는 당초 계획(5조6000억원) 보다 8000억원 줄어든 4조8000억원을 집행했다.LG디스플레이는 아직 8.6세대 OLED 투자 여부를 결정 짓지 못했다. 회사는 제품 수요가 불확실한 만큼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투자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실적 부진에 따른 재무 여건이 발목을 잡고있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투자금액을 2조원 초중반대로 전망하고 보수적 투자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업계 관계자는 “중국기업들이 자국의 전폭적 지원을 업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적용 기술, 장비 등의 차이로 생산수율은 한국이 월등하게 앞서는 상황”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겠지만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만큼 양국간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