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향 저사양칩에 HBM 대신 GDDR 탑재놓칠뻔했던 중국시장 재진입 기회 마련판매가 20배 차이 … 낮은 수익성은 한계
-
- ▲ 삼성전자 GDDR7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에 막힌 GPU(그래픽처리장치) 'H20'을 대체할 신형 AI GPU에 GDDR 메모리를 적용키로 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 엔비디아 공급망에 입성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에게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26일 반도체업계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중국용 AI 반도체 신형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아키텍처인 블랙웰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오는 6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해당 신제품에 어떤 이름이 붙여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수출이 막힌 H20 제품 대비 메모리와 패키징 사양을 낮춰 가격대를 6500~8000달러 수준으로 낮췄다는 점에 반도체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H20은 1만12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그 중에서도 메모리업계에선 이번에 새롭게 개발되는 엔비디아의 중국향 GPU가 기존의 고사양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 대신 GDDR7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엔비디아의 중국향 신형 GPU는 96GB(기가바이트) GDDR7가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당초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중국향 AI GPU 신제품을 개발하게 되면 기존에 사용하던 5세대 HBM인 HBM3E 대신 이전 세대 HBM을 사용할 가능성도 점쳤다. 하지만 이미 HBM 제조3사(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가 5세대 이전 제품들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 걸림될이 된 것으로 보인다.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경우 HBM3E에 생산능력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차세대 제품인 HBM4 생산 여력까지 고려해야 해 구세대 생산을 최소화 하고 있다.유일하게 HBM3나 HBM2 등 이전 세대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도 최신 세대 제품 양산에 집중하기 위해 이전 세대 생산라인을 속속 정리하고 있다.이렇게 엔비디아가 중국향 AI 반도체의 사양을 낮추는 방안 중 하나로 HBM 대신 GDDR7 메모리를 택하면서 메모리 제조사들도 엔비디아와 함께 막힐 수 있었던 중국시장에 재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GDDR7 기술력과 출하량 1등인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와의 공급망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삼성은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와 대용량을 앞세워 GDDR 시장에선 여전히 최강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작인 GDDR6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도 30% 넘게 개선됐고 고용량 수요에 맞춰 업계 최초로 내놓은 24Gb(기가비트) 용량의 GDDR7도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GDDR7이 HBM을 대신해 중국시장에 공급되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여전히 HBM 같은 고수익 프리미엄 메모리를 넘어서긴 어렵다는게 한계로 지적되긴 한다. 과거 엔비디아가 HBM을 탑재한 H20을 중국에 주력으로 판매했을 때보단 메모리 사업자들도 마진이 적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우선 HBM과 GDDR7은 평균 판매 가격(ASP)에서 20~25배 가량 차이가 난다. HBM이 GB당 120~150달러 수준으로 ASP가 책정된다면 GDDR7은 GB당 5~7달러로 격차가 크다.HBM이 공정난이도가 높고 복잡한 제조공정을 거치는 탓에 제조 비용이 높게 소요되지만 이익률로 봤을 때도 HBM의 프리미엄은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다. HBM은 약 50~60%의 높은 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메모리로 시장을 평정했고 GDDR7은 약 20~30%대 이익률을 낼 수 있는 제품으로 AI 반도체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핵심 요소다.엔비디아의 GDDR7 사용으로 기존에 HBM 대비 메모리사들이 취할 수 있는 이익률은 낮아질 수 있지만 핵심 시장인 중국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는 평이 나온다. 중국시장은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약 13%를 차지하는 큰 시장으로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 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은 지난 2022년 95%에서 현재 50%까지 떨어졌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2025에서 중국시장 규제로 150억 달러의 잠재 매출을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도 강조했다. 규제에 막혀 판매되지 못한 H20 재고를 손실처리 하는데만 55억 달러가 쓰였다고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