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미중 갈등에 반사익 기대글로벌선사들 중국 → 한국 선회가격 예민해졌지만 韓 이점 뚜렷
  • ▲ HD현대중공업이 지난 2월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에서 발주한 1만3800TEU급 컨테이너선박 'ONE SPARKLE' 인도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 HD현대중공업이 지난 2월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에서 발주한 1만3800TEU급 컨테이너선박 'ONE SPARKLE' 인도식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미국이 중국산 선박과 항만 하역 장비 등에 대한 고액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값이 싸다는 이유로 중국산 컨테이너선 비중을 늘렸던 이들은 잇달아 한국으로 발주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첨예한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에서 여전히 고심하는 업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 윈즈에 따르면 일본 최대 해운사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ONE)'는 3조4000억 원 규모의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대상으로 한국의 HD현대중공업을 고려하고 있다. 

    ONE은 HD현대중공업에 1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DF) 컨테이너선 최대 12척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8척의 확정 물량과 더불어 추가 4척에 대한 옵션 계약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컨테이너선은 지난해 중국 점유율이 86.6%에 달할 만큼 중국 조선사의 과점이 뚜렷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조선·해양 산업 견제가 강화되면서 중국과 한국 조선사에 발주를 맡겨온 ONE이 중국을 포기하고 한국 기업과 논의를 진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 원)의 입항 수수료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다른 나라 기업이라도 중국산 선박을 운항하면 t당 18달러의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는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되며 매년 인상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초기에 밝혔던 제재안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최대 150만 달러의 요금을 부과하려 했으나, 소폭 규제 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글로벌 선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그간 값이 싸다는 이유로 중국산 컨테이너선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렸지만, 입항 수수료를 고려하면 한국으로의 발주가 대안으로 떠올랐기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중국 조선업 견제 방침을 밝힌 이후 한국에 대한 발주 검토 기류가 확실히 늘었다"라며 "중국에 발주를 줄 경우 금전적인 손해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러한 움직임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한국과 중국 사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선사들도 있다.

    실제 세계 5위 컨테이너 선사인 독일 해운사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발주 과정에서 여전히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하팍로이드는 자사 LNG 추진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이 있는 중국 조선업체들에 추가 물량 발주를 검토했지만, 최근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심화하자 한국업체들에 대신 발주하는 안을 추진했다.

    하팍로이드는 발주 대상을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업체들로 선회했다. 다만 한국업체들이 중국업체들보다 한 척당 최대 3500만 달러(480억 원)가량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하팍로이드는 재차 중국 측에 발주하는 방안을 검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소와 중국 조선소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경제성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하면서 결정 과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100% 확신을 내리지 못하고 가격대를 살피면서 간을 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식의 줄타기는 기업 간의 통상적인 비즈니스"라며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가격에 대한 예민도가 높아졌고, 이러한 일들이 평소보다 더 이슈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종마다 중국이나 한국에 발주를 주는 게 다르다"라며 "배마다 각 사가 가진 경쟁력이나 가격대가 조금씩 다르고 옵션이 달라서,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발주를 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저가 수주 전략으로 물량 공세를 펼쳐 선박 수주 1위를 차지한 중국으로부터 실리를 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