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폭 더 커질 수도 … 자산시장 과열은 경계""중소기업 대출금리 1%로 인하 … 실물경제 지원 병행""원화 스테이블코인 필요 … 은행권부터 시작해야"
  • ▲ 이창용 한은 총재ⓒ한은
    ▲ 이창용 한은 총재ⓒ한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전격 인하했다.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2%대 중반으로 내려간 것으로, 경기 하방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금융통화위원회는 29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전원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이 예상보다 급격히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지금은 경기 대응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 총재는 “건설 부진, 소비 회복 지연, 수출 둔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성장 경로의 하방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며 “미국의 대중국 관세 인상 등 통상 불확실성도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내 추가인하 … 속도 조절은 신중히”

    이 총재는 “이번 인하로 통화정책 경로는 2월 당시 예상보다 더 완화적으로 바뀌었고, 향후 인하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이내 추가 인하 가능성에 열린 입장을 보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그는 “추가 인하 횟수나 시기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며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금리를 너무 빠르게 낮출 경우 주택·자산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코로나19 당시 정책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확률은 약 14%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5%)보다 높다”며 “통화정책의 주된 목표를 경기 부양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내년 성장률이 1.2%로 반등하더라도 여전히 잠재성장률(2% 미만)을 밑돌 것”이라며 “GDP(국내총생산) 갭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에도 재정·통화 양 측면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중소기업 자금조달 여건 개선을 위한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도 기존 1.25%에서 1.00%로 낮추기로 했다. 이 총재는 “실물경제 지원을 병행하면서도 물가 안정 기조는 지키는 균형적 접근”이라며 “자금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은행부터 도입해야… 자본규제 회피는 경계”

    이 총재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화폐의 대체재”라며 “감독 가능한 은행권에서 발행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스테이블코인이 자본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디지털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제도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과 관련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2.3%로 하락하며 인하 기대가 커졌지만, 하반기 관세효과가 본격 반영되면 오히려 물가가 다시 오를 수 있어 인하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국은행의 독자적 통화정책 운용 여건이 강화됐다”며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를 단순히 따라가기보다는 국내 물가와 환율, 금융시장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