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간호사, 한의사 엑스레이 이어 이번엔 약사 … 직역갈등 전선 확대'제한적' 조건 붙었지만 변화 신호탄으로 인식하는 약사사회'의학적 판단' 훼손 문제로 즉각 반발 나선 의료계 새 정부 들어서면 의사 vs 타 직역 마찰 거세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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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이 성분명 처방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면서 보건의료계 직역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점화됐다. 성분명 처방은 약사사회의 숙원 과제로 추진됐지만 의료계는 '처방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간호법을 둘러싼 간호계와의 충돌,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 문제까지 더해지며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보건의약계 직역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발표한 대선 정책공약집에 국가 필수의약품의 수급 불안이 발생할 경우 제한적으로 성분명 처방을 허용하는 방안을 명시했다. '제한적'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제도화 가능성을 열어둔 공약이라는 점에서 약사사회는 변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약의 상품명(브랜드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전을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타이레놀'이 아닌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식이다. 약사는 이 처방에 따라 다양한 제약사의 동일 성분 약제 중에서 환자에게 조제할 수 있게 된다. 약국의 재고 상황이나 가격, 제형 등을 고려한 조제가 가능해져 약사 권한과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는 제도다.

    '국민건강을지키는약사연대'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2800여 명의 약사가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약사 직능의 공공성을 제도화하겠다"는 민주당과의 정책 협약을 환영했다. 약사회는 필수의약품 품절 문제 해결, 성분명 처방 제도화,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 병원 내 약사 인력 기준 강화 등 약사 역할 확대에 대한 공약 반영을 요구해 왔다.

    약사들의 숙원 과제인 성분명처방은 성분명 처방은 리베이트의 구조적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는 방향이므로 고질적 생태계를 바꾸는 근본적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행법상 대체조제는 가능하다. 의사가 처방한 의약품을 약사가 의사의 사전 동의를 받은 후 성분·함량과 제형 등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바꿔 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확장한 성분명 처방으로 바뀌면 동일 성분 내에서 환자 상태, 제형, 재고, 복약 편의성 등을 고려해 보다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는 전문성이 확보된다는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즉각 반발했다. 의협은 "처방은 단순히 성분을 나열하는 행위가 아닌, 환자의 병력과 약물 반응을 종합한 의학적 판단"이라며 "성분명 처방은 의사 처방권을 침해하고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제도이며 민주당의 공약도 국가필수의약품의 품절 문제 발생 시 제한적으로 도입한다는 취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에서도 전면 도입을 꺼리는 제도로 약사에게 사실상 대체처방 권한을 넘겨주는 위험한 시도"라며 "진료 책임과 치료 연속성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생물학적 동등성을 가진 동일 성분 약물 간에도 체내 흡수율과 임상 반응에 차이가 있는 만큼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의사 vs 약사, 간호사, 한의사 … 면허 권한 격돌

    성분명 처방 논쟁은 결국 보건의료 직역 간 권한 재편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의사와 약사 간의 갈등은 물론 최근 간호법 시행을 둘러싼 간호계와의 충돌,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사용 확대를 둘러싼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의사는 간호사·한의사·약사 등 여러 직능단체와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각각의 갈등이 모두 '직역의 권한 확대' vs '의료의 본질 훼손'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서며 새 정부 출범 후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직역 갈등 조정이 최대 난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누적된 정책 피로감에 더해 각 직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한 치 양보 없는 정책 쟁탈전에 나선 모양새"라며 "정치권도 성급한 직능 공약보다 의료체계 전반의 합리성과 환자 중심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