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과 호반 간 한진칼 지분율 격차 2% 수준대신코어그로쓰 펀드, 한진칼 지분 4.9% 보유한진칼 펀드 물량 나올 경우 지분경쟁에 영향LS·호반 "한진칼 펀드 지분매수, 아직 계획 없다"
  • ▲ 한진그룹이 호반그룹과 한진칼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DB
    ▲ 한진그룹이 호반그룹과 한진칼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DB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면서 한진그룹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양측의 지분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사모펀드에 담긴 한진칼 지분 5%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 측의 한진칼 지분율은 20.66%, 호반그룹의 지분율은 18.46%다. 델타항공(14.90%), 한국산업은행(10.58%) 등이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이라는 점에서 당장 경영권 변동 가능성은 없지만 양측 간 지분율은 2% 수준까지 좁혀진 상태다.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던 사모펀드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한 후 꾸준히 지분율을 높여왔다. 이에 조 회장은 최근 한진칼 자사주 0.66%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의결권을 되살리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양측 간 한진칼 지분 확보에 나선 상황에서 ‘대신코어그로쓰 일반사모투자신탁(이하 한진칼 펀드)’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 펀드는 반도그룹이 과거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끼어들었다가 물러나면서 지분을 매각할 시기인 2022년 8월 말에 결성됐다.

    ▲SK에너지(840억원) ▲현대차(600억원) ▲기아(400억원) ▲효성(200억원) 등 약 2100억원 규모의 클럽딜 형식으로 결성됐으며, 한진칼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한진칼의 주가 상승으로 펀드 가치는 5000억원에 육박한다. 

    당초 이 펀드는 만기 3년에 오는 8월 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지 취재 결과 특정한 만기가 없는 ‘개방형 사모펀드’로 확인됐다. 조 회장 측과 호반건설이 박빙의 지분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한진칼 펀드의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면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진칼 펀드에 투자한 기업 관계자들은 “개별 회사가 지분의 매수, 매도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대산자산운용 측도 “사모펀드의 특성상 향후 운용 방향 등에 대해 대답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 ▲ 한진그룹과 LS그룹은 반(反) 호반 동맹을 맺은 상태다. ⓒ각 사
    ▲ 한진그룹과 LS그룹은 반(反) 호반 동맹을 맺은 상태다. ⓒ각 사
    업계에서는 한진칼 펀드 물량이 시장에 나온다면 LS그룹이 매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LS그룹과 호반그룹의 전선 계열사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소송전을 벌이고 있으며, 호반그룹이 LS그룹의 지분 5% 미만을 매입하면서 갈등은 그룹 단위로 확전된 상태다.

    한진그룹과 LS그룹은 공공의 적인 호반그룹을 상대로 ‘반(反) 호반’ 동맹을 맺었다. 게다가 LS그룹은 지난 16일 65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으며, 대한항공이 이를 인수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로 설정됐는데, 양측 간 전략적 연대가 강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이 LS그룹의 EB를 인수한 만큼, LS그룹이 보답 차원에서 향후 한진칼 펀드에서 일부 지분이 나오면 이를 매입해 한진그룹을 돕는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반대로 호반이 해당 지분을 인수한다면 새로운 국면이 펼쳐진다. 만약 조 회장 측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를 경우 ‘상징성’을 갖게 되면서 향후 지분 경쟁에서도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일단 LS그룹과 호반그룹 모두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언제든지 갈등이 재점화 될 공산이 크다. 

    한편, 한진그룹과 호반그룹 간 경영권 분쟁이 당초 전망보다 격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진그룹과 백기사인 델타항공 간 관계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최근 캐나다 2위 항공사인 웨스트젯의 지분을 각각 10%, 15% 인수하면서 공동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율을 확대해 조 회장 측과 격차를 좁혔다”면서도 “델타항공, 산업은행 외에 네이버, GS그룹, 한일시멘트 등 5% 미만 우호 주주 지분을 합하면 조 회장 측이 50%가량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미주 노선에서 조인트 벤처를 운영 중이어서 협력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며 “호반그룹이 이사회 진입 등 경영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에 반영된 지분경쟁 기대는 다소 과장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