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5월 한 달간 1.1조원 사들여 … 코스피 5.52% ↑SK하이닉스·두산에너빌리티·효성중공업 등 대거 순매수“하반기 ‘전약후강’ 예상 … 외국인이 방향성 결정할 것”
-
- ▲ ⓒ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간 매도세를 이어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10개월 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며 국내 증시 상승에 대한 베팅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흐름과 낮은 외국인 지분율을 근거로 이들의 순매수가 지속될 경우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1656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월간 기준 순매수세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코스피 지수도 이에 힘입어 지난 4월 말 2556.61에서 2697.67로 5.52% 급등했다.앞서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동안 37조3313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누적 순매도 41조원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4월에는 9조3552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지난 2020년 3월(-12조5550억원) 이후 가장 강한 매도세를 보이기도 했다.지난달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K하이닉스로 1조4759억원을 순매수했으며 ▲두산에너빌리티(4621억원) ▲효성중공업(3884억원) ▲삼성중공업(2730억원) ▲에스엠(2528억원) ▲HD현대일렉트릭(239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은 ▲삼성전자(1조2778억원) ▲SK텔레콤(-2890억원) ▲셀트리온(-2640억원) ▲LG에너지솔루션(-2196억원) ▲현대차(-210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도 외국인 수급이 몰렸다. 지난 1~4월에는 2167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달에만 7870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3.5배 이상 불어났다. 이 기간 순매수 1위 종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MSCI Korea TR’로 576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해당 종목은 ‘MSCI KOREA Gross 총수익지수(TR)’을 추종하며 거래소에 상장된 중대형주에 투자한다. 지난달 말 기준 ▲삼성전자(24.13%) ▲SK하이닉스(10.13%) ▲KB금융(3.53%) 등을 편입하고 있다.시장에서는 외국인 수급 활력의 지속 가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와 금리 하락이 수급 환경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달러 약세와 금리 하락이 중요한 만큼 장기적으로 달러인덱스와 금리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코스피 상승에 긍정적인 환경”이라며 “국내 업종 중에서는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외국인 매수 확률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내내 지난해보다 높았던 환율은 지난달 26일 1369원까지 떨어져 일 년 전보다 낮아졌는데, 이는 국내 주식시장에 여러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외국인의 방향 전환은 글로벌 달러의 방향 전환과 관계가 깊은데, 이들은 1개월 뒤 원화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구간에서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는 경향이 강했다. 외국인들의 순매수 전환은 국내 주식시장에 뒤바람이 돼줄 것”이라고 강조했다.또한 코스피 내 외국인 지분율이 저점 수준에 있어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율은 지난달 말 기준 31.78%로 매도세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해 7월 말 35.64%에서 3.86%포인트 하락했다.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시즌 호조, 환율 하락 등으로 외국인 수급과 관련된 환경은 개선세인 데다 외국인 지분율 역시 저점 부근”이라며 “외국인이 강도 높은 순매도 대응을 끝낸 후 다시 순매수하기 시작한다면 지분율이 많이 낮아진 반도체, 화학 등 업종의 선제적인 순매수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이 가운데, 하반기 코스피는 ‘전약후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김용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신정부 출범 이후 적극적 재정·통화 쌍끌이 부양과 중장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겨냥한 제도·세제 변화 관련 시장 투자가의 사전적 기대는 5월에 연이어 6월 추가 도약을 이끄는 내부 긍정요인에 해당한다”면서도 “다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압박 수위는 6~7월 중 한층 더 높아질 공산이 큰 데다 미국 재정 리스크도 오는 7월 4일 독립기념일 전후 시점까지 확대일로 경로를 따를 소지가 다분해 6월 중후반으로 갈수록 금리·증시 변동성 추가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해방의 날’ 선언의 충격을 완전히 회복했지만, 추가적인 상승 여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며 “‘해방의 날’ 이전에 비해 투자 환경이 좋아진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고 전고점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촉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어 김 연구원은 “미래를 확신할 수 없지만, 관세 불확실성이 낮아질수록 모멘텀 업종의 확실성의 매력도도 조금씩 감소하게 되는데, 오는 7월 9일은 미국의 상호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시점으로 내년 중간선거로 다가갈수록 트럼프의 무역 정책 불확실성은 줄어들 것”이라며 “코스피에서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다시 시작된 점도 긍정적이며 외국인 주식 순매수는 국내 증시의 방향성과 주도주를 결정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