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감독 이원화 구상 … 기대와 우려 교차시장 대응력 약화 우려 속 실효성 논란 확산관건은 실행력 … '운영의 묘' 요구하는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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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감독체계의 전면 개편을 예고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 개편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가 추진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과거 사례처럼 공염불에 그칠지 아니면 실질적 개혁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역할을 전면 재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핵심은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 기능은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로 넘기는 것이다.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별도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독립시켜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당선인은 “금융정책과 감독 업무가 혼재돼 있는 현 금융위 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개편안이 공식화되자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이 현실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어 부처 간 충돌과 정책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응 속도 저하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면 금융시장에 즉각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기존 체계 내에서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구조적 개편보다는 기관 간 미세 조정과 운영 조율이 더 바람직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이번 구조 개편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역대 정부에서도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대선 때마다 반복됐으나 이해관계 충돌과 입법 절차 문제로 실현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 역시 금융감독기구 개편을 공약했지만 실제로 추진되지는 못했다.

    이 당선인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별도 평가위원회 신설과 검사권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금융사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 수용을 강제하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다만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이 현실화되더라도 금감원 조직의 물리적 분리보다는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을 다시 분리하면 오히려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며 “금융감독체계가 자리 잡는 데도 10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정책과 감독 개편 논의에서 한국은행의 역할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정책은 재정정책, 금융정책, 통화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며 “한은은 환율 정책과 금융시장 안정을 통해 거시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정책과 통화정책을 별개로 보지 않고 통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국가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한은의 역할 정립 역시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편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당국 수장 인선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최근 임기를 마쳤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단순한 조직 변경이 아니라 법령 개정과 국회 통과, 금융권 설득까지 필요한 복잡한 작업”이라며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