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인하→은행권 출혈 전망 … 2금융권 연쇄 압박 구조부실위험 상승하면 … 취약차주 대출 문턱 높아질 수도저축은행·카드론 고객 인터넷銀 중금리시장으로 흡수될라
  •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금융정책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법 개정부터 채무조정, 중금리 대출 확대 등 이른바 ‘포용금융’을 내세운 금융 공약이 추진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시장 지각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공약 이행 시 은행권의 출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후속 충격이 2금융권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금융권은 가산금리 인하 등 은행법 개정에 따른 규제 풍선효과와, 인터넷은행의 중금리 대출 확대에 따른 고객 이탈 가능성을 동시에 걱정하며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가산금리 개정→은행권 출혈 커지면 … 저축은행·카드업도 연쇄 압박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의 중심축인 저축은행·카드업 등에서는 '서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금융 공약에 기대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서민금융 보호를 표방한 이 대통령의 정책이 자칫 서민의 금융 접근성을 더 낮출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공약한 금융정책 가운데 핵심은 가산금리 하향 조정 등 은행법 개정안으로 꼽힌다.

    가산금리는 대출금리에서 은행이 신용위험, 자금조달비용, 수익성, 운영비용 등을 고려해 추가로 부과하는 금리를 말한다. 이 대통령은 가산금리 항목에 포함된 출연금, 보증료, 교육세 등을 제외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대출금리를 인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은행권은 지난해 기준 22조원 규모의 순익을 기록하며 사상최대 성적을 냈는데, 민주당과 이 대통령은 은행권이 그동안 과도한 가산금리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서민 부담 완화를 주장해왔다.

    다만 이 대통령의 가산금리 개정 공약은 서민금융 제고를 목표로 하지만 금융 시스템 전반, 특히 2금융권에 연쇄적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은행의 수익 원천인 가산금리가 줄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은행은 고신용자 위주 대출에 집중해 대출공급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차주는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몰리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터넷銀 중금리시장 흡수하면 … 2금융권 고객 유출 가능성도

    이 대통령의 인터넷은행 중금리대출 확대 공약 또한 업계 고민거리다. 신용대출, 카드론 고객이 금리가 낮은 인터넷은행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2금융권은 금리를 더 낮춰야만 하는 상황에 몰려 출혈 경쟁을 벌이다 결국 수익성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가산금리 조정으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고 동시에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시장을 흡수하면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업 등은 양쪽에서 압박을 받는 이중고에 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실 위험에 부딪히면 2금융권의 대출 문턱까지 높아져 정작 취약차주는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고위험 고객만 떠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면서 "취약계층 금융 보호라는 선의를 기반으로 했지만, 금융사는 부실 위험을 떠안을 수 없기 때문에 정작 어려운 차주는 저축은행, 카드론 등 접근성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 당론으로 추진되면 … 취약차주 불법사금융 유입 위험

    이 대통령의 공약집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법정최고금리 인하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당론으로 언제든 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에선 최고금리가 또 한번 인하되면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대부업에서 밀려나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한국금융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7월 법정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춘 이후 불법사금융으로 몰린 취약계층은 최고 1만8000명에서 최대 3만8000명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또한 '코로나 대출'에 대해선 채무조정부터 빚 탕감까지 예고했으며 '배드뱅크' 설립을 공약하기도 했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매입·처분하고 정부 재정으로 운용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다만 원금 탕감 중심의 채무조정은 도덕적해이를 심화하고 배드뱅크 또한 세금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당선인읜 금융 공약 전반에 대해 자율성과 금융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궤도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빚 탕감은 재정적 어려움 해소와 경제적 재기를 돕지만 도덕적 해이와 금융질서 저해 우려가 있다"고 했으며 "배드뱅크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해소와 자본비율 개선이 도움이 되지만 운영에 많은 자금과 시간이 필요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 "가산금리 인하는 대출금리 부담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은행 수익성 저하와 대출 공급 위축 가능성이 있다"며 "인터넷은행 중금리대출 확대 또한 중신용자 등 금융 소외계층의 대출 접근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심사가 가능하지만 부실채권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