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관세 협상 마무리짓고 단기적인 확장 재정 정책 써야""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과 함께 규제 완화 병행해야""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 정말 문제 … 주4.5일은 시기상조""추경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하지만 재정 건전성 깊이 고민해야"
  • ▲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뉴데일리DB
    ▲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뉴데일리DB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어떻게 되살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 정부가 맞딱뜨린 현실은 0%대 성장률, 미국발 통상 전쟁, 내수 부진이라는 경제 삼중고다. 국민 생존과 직결되는 '경제' 문제는 좌우 진영 논리를 떠나 새정부가 극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뉴데일리는 전직 경제부총리들을 인터뷰해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거쳐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유일호 전 부총리는 5일 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새정부는 가장 먼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마무리짓고 단기적인 확장 재정 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주도해야 할 영역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이런 법이 통과되면 노사 관계가 더 악화될 우려가 크다"고 했고, 상법 개정에 대해선 "큰 틀에서 주주의 이익을 지금보다 더 중시하는 방향이 맞지만 주주에 대한 무한 책임 조항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4.5일제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선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현 상황에서 그리 쉽게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하는 경제 정책은.

    "가장 먼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하루빨리 마무리해야 한다. 결국 전체적인 성장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민간이 지금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라도 성장을 촉진하는 확장 재정 정책을 써야 한다. 원래 단기 확장 정책 같은 걸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아울러 규제 개혁이나 노동 개혁 같은 중장기적인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기업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기본적으로 나는 시장주의자라 기업이 주도해야 할 영역에 정부가 자꾸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편이다. 지금처럼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선 일부 산업에 대해선 정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기업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과 함께 단기든 장기든 규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

    -노란봉투법·상법개정·주4.5일제 등 반기업법 추진에 대한 걱정도 많다.

    "노란봉투법 같은 경우 개인적으로 정말 문제 있다고 본다. 이런 법이 통과되면 노사 관계가 더 악화될 우려가 크다. 상법 개정도 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큰 방향은 맞지만 지금처럼 무조건 주주의 이익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해외 사례를 봐도 적절하지 않다. 주주에 대한 무한 책임 조항을 밀어붙이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적대적 M&A로 상법 개정안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소위 '소송 남발로 인해 제대로 된 의사결정(decision)을 내리기 어려워진다는 점이 문제다. 주 4.5일제는 시기상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인건비 부담으로 폐업하는 중소기업이 생길수 있고, 봉급이 준 근로자들은 투잡을 뛰어야 하는데 그럼 주4.5일제가 무슨 의미가 있나.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건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반대한다. 기재부는 거시 경제를 총괄하는 기획 정책 분야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통제 기능과 예산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재부가 너무 세다'는 지적이 있는데, 힘이 센 건 사실이고 그래서 부총리라는 지위도 부여된 것이다. 하지만 이걸 쪼개면 뭐가 달라지겠나. 예산 기능을 분리해도 결국 중앙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 간 권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런 분리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뚜렷하지 않다.

    -30조원+알파 추경에 기본사회까지 재정 건정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추경이 단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 재정 건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기본사회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현 상황에서 그리 쉽게 추진할 문제는 아니다. 물론 공약 중 하나니까 지키려 하겠지만, 재정 건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새정부 경제팀은 어떻게 꾸려야 하나. 

    "인사는 인사권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쓰면 그만이다. 유능하고 실용적인 인재라면 어떤 인사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현실 감각이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그런 인물을 써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를 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결국 실용성과 현실성을 갖춘 인물이기 때문에 발탁한 것 아니겠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조언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를 통한 집갑 안정화를 하겠다고 밝힌 것은 과거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실패했던 수요 억제 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서울의 경우 땅이 부족하니 재건축 활성화 같은 정책이 필요할 것이고, 현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부가 협력해서 부동산 정책을 잘 추진해야 한다. 그러면서 필요한 규제는 유지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