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보조금, 대미 투자액 4% 이하로"12~13% 지원 약속 받은 삼성·SK '불똥'17~19일 글로벌 전략회의 돌파구 모색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삼성전자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현장ⓒ삼성전자
    미국이 반도체 보조금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며 삼성전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속도 조절에 나선 가운데 자금 부담에 투자 압박만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수율을 높여 미국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겠단 계획이다.

    9일 외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최근 반도체법 보조금을 대미 투자 규모의 4% 이하로 책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협상을 다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주무 장관을 비롯한 정계 인사들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약 51조원)을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공장 건설은 마무리 단계지만 가동 시점을 2024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했다.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대만 TSMC에게 뒤쳐지며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EUV 장비 반입을 연기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각각 대미 투자액의 12~13%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기로 했다. SK하이닉스 또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5조3000억원)를 들여 AI(인공지능)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세우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전 정부는 SK하이닉스에 보조금 4억5800만 달러(약 6300억원), 삼성전자에는 47억4500만 달러(약 6조50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양산이 예정된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의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겠단 목표다. 현재 4나노 공정이 안정적인 수율을 기록 중이며, 3나노에선 50% 안팎의 수율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닌텐도 등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삼성전자는 초미세공정에서도 빅테크와 접점을 넓혀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추겠단 계획이다.

    추가적인 대미 투자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가 수년간 적자를 탈피하지 못하는 가운데 HBM(고대역폭메모리)에서도 경쟁사에 뒤쳐지며 반도체 사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핵심인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줄자 삼성전자는 최근 23년간의 무차입 원칙을 깨고 산업은행에 2조원의 반도체 설비 투자 지원 자금을 대출 받았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로 예정된 글로벌 전략 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다룰 전망이다.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18일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 글로벌 전략 회의에는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의 주요 인사가 참석한다. 이들은 국내외 사업 부문과 지역별 현안을 공유하고 하반기 전략을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보조금을 두고 삼성전자에 대미 투자를 더 늘리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역시 막대한 건설비, 인건비를 이미 투입해 건물을 올렸기에 난감한 상황일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반도체 지급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