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트리·비엘비·코스나인 등 중견사 매각 추진 줄이어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 씨앤씨인터내셔널 2850억원에 인수작년 수출액 최대 1Q도 12.7%↑ … 기업가치 피크아웃 인식
  • ▲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의 화장품 가게에서 쇼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의 화장품 가게에서 쇼핑하는 모습. ⓒ연합뉴스
    K뷰티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며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사들이 잇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시장에선 지금이 가장 좋은 값에 회사를 팔 수 있는 시점이라는 판단이 깔리면서 매각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이스트브릿지는 최근 화장품 브랜드 듀이트리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은 이스트브릿지와 현대차증권, 창업주 문시언 대표가 보유한 지분 100%로 주관사는 딜로이트 안진이 맡았다.

    시장에서는 듀이트리의 기업가치를 300억~350억원으로 보고 있다. 2010년 설립된 듀이트리는 달팽이크림 등으로 MZ세대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쌓아왔다.

    인터미디어트캐피털그룹(ICG)도 색조 화장 부자재 전문업체 비엘비(옛 고려퍼프) 매각에 나섰다. ICG는 2018년 전환우선주 73%를 인수한 데 이어 2021년 창업주 지분 27%를 추가로 사들이며 현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비엘비는 에스쁘아, 클리오, 어뮤즈 등 국내외 유명 색조 브랜드를 고객사로 두고 있고 국내와 중국에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코스나인도 최근 매각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코스나인은 지난 5일 지난달 말 회생계획 인가 전에 법원에 인수합병(M&A)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해당 허가가 승인됐다고 공시했다. 매각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등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해 진행되며 입찰은 공개 경쟁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2000년 정보통신기기 업체로 출발한 코스나인은 여러 차례 업종 전환과 사명 변경을 거쳐 2020년부터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표의 횡령과 외부감사인의 의견거절 등으로 정상화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 ▲ ⓒ씨앤씨인터내셔널
    ▲ ⓒ씨앤씨인터내셔널
    완료된 거래도 있다.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어센트EP)는 색조 ODM 전문업체 씨앤씨인터내셔널(씨앤씨)을 총 285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어센트EP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보통주 361만5960주를 주당 4만100원에 인수하고 배은철 회장 일가의 구주 약 20%도 별도로 매입해 최대주주(지분율 41%)에 오른다.

    씨앤씨는 이를 계기로 색조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스킨케어·하이브리드 화장품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이처럼 매각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화장품 시장의 호황이 있다. 지금이 회사를 가장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점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20.3% 증가한 102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출 순위도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섰다.

    올해도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7% 증가한 2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지만 수출만큼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에는 실적이 안 좋을 때 회사를 팔았다면 최근엔 수출 호조가 반영돼 가치가 높을 때 매각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도 엑시트 적기라는 판단이 확산되면서 매각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