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주담대 자본규제 강화 시사 … 銀 대출 여력 위축대기업 대출 늘고, 자영업 대출 줄어 … 은행 자산 재편 뚜렷"영끌 막으려다 중기에 풍선효과" … 조이는 규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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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가계대출이 6월 들어 불과 10영업일도 지나지 않아 2조원 넘게 늘자 금융당국이 규제 강화를 시사하며 은행권 임원들을 소집해 경고장을 날렸다. 다주택자와 갭투자자에 대한 보증 비율을 줄이는 한편,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 등 자본규제 강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하지만 시장에선 이 같은 조치가 실수요자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실물경제 부문에 ‘풍선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출 규제의 초점은 가계에 맞춰졌지만 자본여력이 축소된 은행들이 기업대출까지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의 5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연초 대비 13조249억원(8.2%)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 중 자영업자 대상 대출은 1조663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금융당국의 규제 시그널에 따라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연체 위험이 높은 자영업자 대출은 줄이고, 자산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자금 운용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동일한 대출을 실행해도 더 많은 자기자본을 쌓아야 해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자본 소모가 큰 중소기업 대출부터 축소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주담대 자본 규제, 기업금융에 ‘부메랑’ 우려금융당국은 다주택자·갭투자자 중심의 보증 축소 외에도 신규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이는 은행이 동일한 대출에도 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더 많은 자본을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전체 대출 여력을 줄이는 조치다.금융권 관계자는 “투기 수요 억제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우량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까지 꺼려질 수 있는 이중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대출 구조 전반에 걸쳐 위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실물경제 유동성 위축 가능성 … 정교한 정책 설계 대두고금리와 고물가가 동시에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의 자금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실물경제 전반의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체감경기는 자금 조달 여건 악화로 이미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금융권에서는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억제를 위한 자본규제 강화의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고려한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의 방향성은 옳지만 자본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기업금융까지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산업별, 차주별 리스크를 반영한 차등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