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지속침체서 노봉법·주4.5일제·정년연장·최저임금 확대 등 우려尹정부서 거부권으로 억제 … 李정부서 민주당식 '기업 때리기' 곤란한국노총, 새정부 노동정책 직접 참여 천명 … 노동계 정책 요구 변수
  •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듣던 중 함께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듣던 중 함께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우리 경제의 위기 속에서 기업이 핵심이라 강조하며 '실용적 시장경제'를 외친 가운데, 반(反)기업 색채가 짙은 정책을 펼쳐 온 더불어민주당이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주4.5일제·정년연장 법제화 등 정책 노선을 변경하거나 수위를 낮출지 주목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신들을 도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 노동계를 의식해 경제계가 반대하는 노봉법, 정년 연장 등 노동 관련 법안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노봉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고 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반기업적 색채가 뚜렷하다는 점과 다양한 노동 형태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근로자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로 노사 관계의 근본마저 해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해당 법안은 2015년 처음 발의돼 민주당 주도로 두 차례 국회를 통과했으나 노조 파업 남발에 따른 산업현장 혼란 우려와 개정안의 구체적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이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또 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범정부 차원의 주 4.5일제 도입과 확산을 통해 2030년까지 우리나라의 평균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월~목요일까지 4일간은 하루 8시간, 금요일은 4시간 등 주 36시간 근무로 전체 평균 근로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특히 한번 도입하면 부작용이 커도 되돌리기 어렵다. 프랑스 정부가 2000년 주 39시간의 법정근로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한 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됐지만 되돌리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노동계를 중심으로 법정 정년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고용시장을 유연화하거나 임금제도를 개편하지 않고 정년만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에 대한 역효과 등 부작용이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괄적 정년 연장은 청년 일자리를 줄이고, 고령화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제조업 직군 등에서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정년만 연장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임금 체계 수정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 정책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노총 정책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계가 주장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안도 최근 경제를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경제계의 입장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개월 만에 절반 수준인 0.8%로 대폭 줄어들며 우리 경제의 위기를 시사했으나, 노동계는 특수고용(특고)·플랫폼 종사자의 최점임금 확대 적용을 주장하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1500원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업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여당이 노봉법과 주4.5일제, 정년 65세 연장, 최저임금 대상 업종 확대 등 반기업적 법안과 정책 수위를 낮추거나 무를지 관심이 쏠린다. 친노동계를 지향하던 민주당 입장에선 지난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을 고려해 반기업적 입법을 다수 추진했으나, 한국 경제의 위기 속에서 정권을 잡은 만큼 우리 경제 상황을 염두에 둘 때 '기업 때리기'를 이전처럼 쉽게 하지 못할 거란 관측이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취임한 지 9일 만에 5대 그룹 총수, 경제 6단체장과 만나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기업이 경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 협조하는 게 정부의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규제 합리화 문제에 주력하려고 한다. 불필요한, 행정편의를 위한 규제들은 과감하게 정리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경제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지난 정권에서 반기업적 정책을 많이 펼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권을 잡은 만큼 이전처럼 경계의 고충을 외면한 채 노동계 주장만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임위는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각 9인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대통령이 엄중한 경제 상황을 고려해 친기업적 발언을 강화할수록 향후 정부 측 공익위원들의 입장이 경계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 

    다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최근 새 정부의 노동정책 수립 과정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밝힌 점은 변수로 떠오른다. 한국노총은 대선 당시 민주당과 정책 협약을 맺고 김동명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사실상 신정부에 본격적으로 '대선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 당시 최저임금 인상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뜨거운 감자인지를 익히 봤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와 대비되는 이재명 정부의 친노동 정책에 기대가 높은 만큼 최저임금 수준과 대상을 비롯한 정책적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