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中 상장 반도체 기업 M&A 23건 소재·부품·장비까지 모든 단계 밸류체인 구축美 수출 규제 심화로 화웨이·SMIC 등도 IDM化"韓, 설계부터 출하까지 완성형 밸류체인 구축해야"
  • ▲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가 빨라지고 있다.ⓒ연합뉴스
    ▲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로 중국의 반도체 자립화가 빨라지고 있다.ⓒ연합뉴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강화하면서 중국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자립화의 일환으로 모든 밸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해 자체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의 재편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17일 중국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상하이거래소와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기준 23건의 M&A가 이뤄졌다. 상장된 기업 기준인 만큼 비상장 기업의 M&A까지 합할 경우 중국 반도체산업내 M&A 건수는 더욱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달 초에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가 자회사 SMIC 닝보 지분 14.83%를 반도체 설계 회사인 고크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자산을 효율화하고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첨단 노드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대표 반도체 팹리스업체 하이곤과 서버 제조업체 수곤이 흡수합병을 선언했다. 양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670억위안(한화 약 12조7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지닌 반도체 공룡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외에도 중국 반도체 장비 1위 기업 나우라테크, 대표 설계자동화(EDA) 기업 화다구전, 반도체 장비업체 화하이칭커 등 5개 반도체 상장사가 지난 3월 반도체 장비, 칩 설계, 전력 반도체 및 소재와 관련된 인수합병을 발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중국 반도체산업 내 적극적인 M&A가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본토 두곳의 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기업 기준 50건, 약 557억달러 규모의 M&A가 이뤄진 바 있다. 

    최근 들어선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심화하면서 소재·부품·장비까지 모든 단계의 밸류체인을 수행하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의 재편이 빨라지는 추세다. 반도체 자립화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과거 중국은 종합반도체기업의 비중이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돼왔다. 반도체 설계, 공정 개발 등 핵심 제조장비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만큼 자체 공정 설비를 빠르게 확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미국이 ASML의 극자외선노광장비(EUV)의 중국 유입을 막는 등 수출 규제를 한층 끌어올리면서 장비와 같은 기초분야에서도 자립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의 CXMT는 물론 화웨이, SMIC 등도 IDM으로의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랩리스 분야에서 활약해왔지만 직간접적으로 파운드리, D램, 사물인터넷(IoT)·모바일용 칩 등 다양한 제조시설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기업인 SMIC 또한 중국 정부의 정책자금을 통해 메모리 계열사인 SGS세미를 설립하고 메모리사업에의 진출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국내 반도체산업도 설계부터 출하까지 완성형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M&A로 단계별 기업들을 수직 통합하면 신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 시간이 단축돼 속도 경쟁에서 훨씬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종합반도체기업으로 분류되지만 완결형 생태계라고 부를 만한 수준의 밸류체인 통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장비·소재사는 장비용 화학·가스·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의 국산화율이 20~30%대에 머물고 있어, 전 밸류체인을 완전 자립화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한 패키징·테스트 역량 또한 글로벌 기업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 반면 중국은 국가IC펀드를 통해 소재·장비 분야까지 M&A와 투자를 확대하며 생태계 내부화를 추진 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생태계 전반 투자를 늘리면서 최종적으로 IDM 모델을 구현해 반도체 공급망 수직계열화를 달성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도 전후방 생태계 통합을 통해 속도·원가·수율을 동시에 잡는 완성형 생태계를 마련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