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반도체 톱 15’지수, 13% 급등 … 구성 종목 일제히↑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메모리 수요 확대 … 수출도 증가세李 정부 정책 모멘텀 유효 … 반도체특별법 조기 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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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반도체 관련주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글로벌 AI(인공지능) 시장이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확대된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 지원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영향이다.

    ◇ 반도체 테마 지수, 이달 13% 올라 … 외인 '러브콜' 지속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 관련주들로 구성된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2167.21에서 2443.42로 12.74% 급등했다. 이는 코스피(10.38%)·코스닥(6.56%) 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테마형 지수 중 상위 4위다.

    같은 기간 지수 구성 종목들도 일제히 강세장을 연출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코스닥 상장사 젬백스는 이 기간 42.07%나 폭등했고 ▲리노공업(27.78%) ▲HPSP(26.74%) ▲SK하이닉스(20.29%) ▲DB하이텍(20.26%) ▲한미반도체(15.05%) ▲티씨케이(14.38%) ▲원익IPS(12.72%) 등이 두 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 ▲이오테크닉스(6.74%) ▲삼성전자(5.34%) ▲ISC(5.31%) ▲LX세미콘(3.16%) ▲테크윙(1.65%) ▲고영(1.46%) ▲주성엔지니어링(0.80%) 등도 상승했다.

    이들 종목의 주가를 견인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외국인은 이달 SK하이닉스 주식 1조2409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삼성전자로 774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은 SK하이닉스 1조140억원, 삼성전자 5615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1962억원, 1573억원어치씩 각각 팔아치웠다.

    ◇ 글로벌 빅테크, AI 데이터센터 구축 박차 … 메모리 수요·가격 반등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올리면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메모리 반도체 선두 주자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면서 구형 제품의 가격은 반등 중이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PC DDR4 8Gb 제품 현물가격은 공급 축소로 올해 저점 대비 125% 상승했고 PC DDR5 현물가격도 저점 대비 25.5% 올랐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와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체력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출도 증가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1.2% 증가한 138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 4월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의 영업일 평균 금액도 7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6월 전체 영업일 평균 금액인 7억2000만 달러를 1% 상회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월말, 특히 분기 말에 출하량이 증가해 6월 수출 금액 증가 폭 역시 현재 일 평균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메모리 가격도 상승 전환해 증가 폭이 축소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재명 행정부의 정책 모멘텀도 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선출 후 1호 공약으로 반도체 산업 지원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반도체 인력 양성 ▲최대 10%의 생산세액 공제 ▲R&D(연구개발)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반도체특별법’ 조기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 17일(현지 시각)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서 AI 기술 혁신을 위한 안정적인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기도 했다.

    ◇ 위험보다 보상 높은 국면 … 트럼프 관세 정책은 변수

    증권가에서도 현재 반도체주들이 리스크(위험)보단 리턴(보상)이 높은 국면에 있다고 진단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HBM 공급과잉 리스크는 추가 축소되고 있으며 AI GPU(그래픽처리장치) 수급 완화 속 공급 단의 현실화가 지속 중”이라며 “AI 생태계의 확산과 상품 시장을 대하는 공급업계의 전략 변화 속 메모리 반도체의 기회 요소는 지속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역점 정책인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폐기하는 대신 관세로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금 수준의 관세라면 괜찮겠지만, 만약 하반기에 상호관세를 높인다면 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고용·투자 감소 등의 비용통제를 시작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를 줄인다면, 투자 사이클에 민감한 반도체는 과잉 반응할 가능성이 있어 저가 매수를 노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