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의무화 방안 … 대기업부터 5단계 나눠 추진퇴직연금공단 신설 검토 … 효율적 운영으로 수익률 제고"개인 자산 운용권 침해" vs "사회 전체로 노후 보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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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을사년 새해 첫 평일 출근일인 지난 1월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퇴직연금 제도를 모든 사업장에 의무화하고 3개월 이상만 근무해도 퇴직금을 받도록 법 개정에 나서는 가운데 퇴직연금 수급자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24일 노동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퇴직연금 개선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현행법상 피고용자들은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거나, 그 돈을 연금형태로 나눠 받을 수도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고용부는 퇴직급여를 퇴직연금으로 단일화할 계획이다. 기업 규모별로 △300인 이상 △100∼299인 △30∼99인 △5∼29인 △5인 미만 등 대기업부터 5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방안이 우세하다.우선 퇴직금 일시지급 제도는 근로자가 퇴사할 때 기업이 근로자의 퇴직금을 일시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에게, 30일분의 평균임금에 근무연수를 곱한 금액 이상이 지급된다.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 퇴직연금(DB)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 등으로 구분되는데 근로자가 기업 부도 시에도 퇴직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퇴직금이 안정적인 노후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각각의 방식엔 나름의 장단점이 공존해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 우선 일시불로 받는 퇴직금은 목돈을 한 번에 활용할 수 있어 퇴직 직후 가용 재산이 늘어난다는 이점이 있다. 퇴직연금 의무화를 추진할 경우 피고용자 개인의 선택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마주할 수 있지만, 일시불로 받는 퇴직금은 개인사업체나 대출 등에 활용하는 등 단기간에 자금을 굴리기 용이하다.반면 회사 입장에선 일시불로 퇴직금을 주기 위해선 사내에 돈을 적립해둬야 해 부담스러울 수 있다. 특히 영세한 업체의 경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 돈을 제때 적립하지 못해 퇴직금이 체불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재직하는 동안 회사가 반드시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체불 우려가 낮은 편이다. 애초에 퇴직연금제가 기존의 퇴직금이 회사 파산으로 없어지거나 피고용인이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은 이후 목돈을 무분별하게 써버리는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고용부의 현 계획대로라면 국민연금과 비교해 수익률이 낮은 퇴직연금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퇴직연금공단을 신설에도 힘이 실릴 예정이다. 고용부는 각 공단에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을 운영하는 것처럼 퇴직연금도 공단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영해 수익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다.이 경우 퇴직금 의무화 시행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노후 보장이 강화되고 국가의 복지비용이 절감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개인과 국가 모두에 유익한 제도로 정착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그러나 기존 퇴직연금 사업자인 은행·보험사·증권사는 퇴직연금 기금화에 반대하고 있어 공단 설립 과정에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31조원에 달했으며, 규모는 나날이 커져 2050년이면 국민연금 규모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금융사 입장에서 공단 설립은 퇴직연금 관리 수수료라는 주요 수입원 공백을 시사한다.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퇴직연금을 의무화하면 개인의 중도 인출이 불가해지고, 공단이 자금을 운용해 수익률이 제고될 가능성은 크다"면서도 "개인과 기업들의 반발을 잠재위기 위해선 정부 차원에서의 명확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또 고용부는 또 배달 라이더 등과 같은 특수고용·플랫폼 피고용자도 퇴직연금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현재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퇴직연금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또 현재 1년 이상 일해야 받는 퇴직급여를 3개월 이상 근무해도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다만 이 경우 경영계의 부담이 과도하게 높아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이강구 연구원은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근로자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취지는 좋지만 금전적 부담은 정부든 기업이든 나눠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퇴직급여 조건을 완화한다면 기업 입장에선 노동 기여도가 월등히 적은 피고용자에게 지불을 더 해야한다"며 "피고용자의 비정상적인 이직에 따른 고용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