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손보, K-ICS 비율 3개월만에 급락'정책보험의 덫'…기후변화에 농작물재해보험 타격캐롯손보, '성장의 역설'…수익모델 부재 '성장통'동양생명, 체질개선 시급… '방카슈랑스' 의존에 '발목'
  • ▲ NH농협손보ⓒNH농협손보
    ▲ NH농협손보ⓒNH농협손보
    국내 보험사들의 '탄탄함'을 나타내는 지급여력(K-ICS) 비율이 23년만에 200%가 붕괴된 가운데 일부 회사들은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NH농협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동양생명 등은 주력 수익모델이 한계를 보이며 K-ICS 비율이 향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NH농협손보의 지난 3월 말 K-ICS 비율은 165.7%를 기록해 전분기 201.6% 대비 35.9%p(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금융당국의 '경과조치'를 적용한 수치로, 경과조치를 제외하면 같은기간 129.5%로 전분기 149% 대비 19.5%p 감소했다. 

    ◇산불에 기후변화까지 … '공공성의 덫'

    NH농협손보의 K-ICS 비율이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30%를 밑돌자 일각에선 NH농협손보가 '공공성의 덫'에 걸렸다고 지적한다.

    NH농협손보는 농작물 및 가축재해보험을 독점적으로 운영한다. 독점권을 갖는 대신 NH농협손보는 수익성 보단 국내 농산업을 보호하는 공적 역할에 집중한다. 

    문제는 기후변화나, 최근 발생한 경북 지역의 대형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해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NH농협손보의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지난 2023년 107.5%로 '역마진'에 처했다가 2024년 90.68%를 기록해 다시 수익권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올해 1분기 93.74%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86.48%보다 7.26%p 급등한 수치로 K-ICS 비율이 향후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 고윤정ⓒ캐롯손보
    ▲ 고윤정ⓒ캐롯손보
    ◇'수익없는 성장' … 캐롯손보, '성장의 역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보험은 '인슈어테크' 선두주자로 평가받았으나, 출범 이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캐롯손보의 K-ICS 비율은 전분기 대비 무려 87.6%p 감소한 68.6%를 기록했다. 

    이는 캐롯손보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68.6%밖에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법상 K-ICS의 최소 기준치는 100%인데, 캐롯손보가 이마저도 지키지 못한 데는 '외형 성장'이 있다.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 등은 단기 소멸성 상품으로, 고객들은 언제든지 쉽게 계약을 해지하고 이탈할 수 있다. 계약 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미래 이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캐롯손보는 안정적인 장기 이익 창출원 없이매년 변동성이 큰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사업비에 의존해야 했고, 6년간 누적 적자 3300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한화손해보험이 인수하게 되면서 캐롯손보의 '수익없는 성장'은 일단락 됐으나, 보수적인 국내 보험업계에서 스타트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게 업계 평가다. 

    장기보장성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대면' 채널이 없는 디지털 보험사들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만으로 보험업이라는 자본 집약적 산업의 진입장벽을 뚫기 어렵다는 게 이번에 증명됐다고 업계에선 입을 모은다.
  • ▲ 동양생명ⓒ동양생명
    ▲ 동양생명ⓒ동양생명
    ◇동양생명, '방카슈랑스' 의존에 '발목' 잡히다

    체질개선은 손해보험 뿐만 아니라 생명보험에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양생명의 K-ICS 비율은 올해 3월 말 127.2%를 기록해 전분기 대비 155.5%에서 급락했다. NH농협손보와 마찬가지로 130%를 하회하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동양생명의 과거 성공 방정식이 현재의 덫이 됐다며 K-ICS 급락이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체질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동양생명의 근본적 취약점은 과거 주력 판매 채널이었던 '방카슈랑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에서 비롯된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는 방카슈랑스 상품은 구조적으로 설명이 쉬운 저축성 보험이나 연금 보험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품들은 당장의 외형, 즉 매출을 키우기엔 용이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알맹이 없는' 저마진 위주의 상품으로 미래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고수익 보장성 상품 중심 등으로 제때 체질개선을 하지 못한 동양생명은 금리 하락이라는 외부 충격에 휘청였고, 내달 우리금융에 인수를 앞두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라는 트리거로 보험업계가 재편되고 있다"며 "K-ICS 비율이 부실한 보험사들 '솎아내기'가 추후에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