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조합원 한도 6억원…유주택자 기존주택 처분해야관리처분인가 전 4.8만가구 대상…강남·여의도 등 직격탄"6억으론 전세집 못구해"…"도심공급 확대 사실상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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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재건축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정부 대출규제 직격탄을 맞았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이주비 대출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데다 2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대출이 가능해진 까닭이다.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은 서울 강남과 여의도, 목동 일대 고가 재건축단지들은 당장 사업이 지연될 위기에 직면했다. 새 정부의 '정책 모순'을 향한 비판여론도 커지는 분위기다. 그간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도심공급 확대를 강조해 놓고 정작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를 유지하면서 이주비 대출까지 막은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번 6·27 부동산대책은 관리처분인가 전 정비사업장을 대상으로 무주택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주택을 2가구이상 보유한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이 금지된다. 기존주택을 6개월내 처분해야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다.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은 사업장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번 대출규제 시행일 하루 전인 지난달 27일까지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사업장은 종전규정이 적용되고, 그렇지 않은 사업장은 이주비 대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서울시 통계 등을 보면 아직 관리처분인가를 받지 않은 정비사업장은 53곳, 4만8000가구에 달한다.특히 강남권과 용산구 한남동, 여의도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용산구 한남동 한남2구역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대교아파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5단지, 개포주공6·7단지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통상 정비사업에서 조합원들은 이주비 대출을 받아 공사기간 거주할 집의 전세값으로 사용한다.문제는 집값이 비싼 지역의 경우 6억원 이주비로는 주변에서 전세집을 구하는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예컨대 개포주공6단지 인근에 위치한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지난달 28일 13억6500만원에 전세계약을 연장했다.주요 재건축·재개발사업장 경우 조합원중 상당수가 2주택이상 다주택자인 것도 문제다. 기존 주택을 6개월 내에 처분해야만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조합원간 내홍이 불거질 수 있다. -
- ▲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주비가 6억원으로 제한된 탓에 현재 거주중인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빼주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들이 국민신문고 등에 '이주비 대출은 규제대상에서 빼달라'며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이주비 자체를 규제한 사례는 처음이라 조합 집행부든 조합원이든 모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이번 조치로 재건축은 재초환에 이주비 대출 규제라는 겹악재를 맞닥뜨리게 됐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 때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다.조합원당 많게는 수억원대 재초환 부담금이 부과돼 재건축 활성화를 막는 '대못'으로 꼽힌다. 이재명 정부는 재초환을 일단 유지한다는 입장이다.결국 재초환과 이주비 대출 제한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 정비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재건축·재개발에 제동이 걸리면 도심 주택공급도 지연돼 결과적으로 '공급절벽' 해소가 어려워질 전망이다.이미 착공 등 공급 선행지표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이재명 정부의 모순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여론도 커지고 있다.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재초환 폐지 없는 재건축 활성화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재초환 탓에 현 시점에서도 재건축 추진이 어려운데 이주비 대출까지 막혀 사실상 사업을 접어야 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목동의 한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제한이 유지될 경우 다주택자 조합원은 재건축에 소극적인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사업이 초기단계부터 엎어지거나, 아예 추진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러면서 "새 정부 출범으로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는데 재초환에 이번 이주비 대출 제한까지 제대로 찬물을 뿌린 격"이라며 "규제를 풀겠다는건지, 강화하겠다는건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