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 재고 바닥 … 가격 인상 떠밀려'최대 2500달러' 포드·토요타 연쇄 인상사상 최대 점유율 … 싼 모델부터 인상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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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그룹 HMGMA 전경 ⓒ현대차그룹
미국 내 자동차 가격 인상에 보수적이었던 현대차그룹이 고심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연이어 가격을 인상하는 데다, 미국 내 재고 소진이 임박하면서 업계에선 현대차·기아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선스는 매출액 46조3060억 원, 영업이익 3조6397억 원으로 추산됐다.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14.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기아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아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29조21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3.3% 줄어든 3조1604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양사의 외연 확장에도 수익성 악화 전망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치가 장기화되는 데 따른 영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관세를 낮출 생각이 없다고 밝히면서 대미 자동차 수출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오는 8일 상호관세 유예 시한이 만료되는 것과 관련해 "모든 국가에 관세 서한을 보낼 것"이라며 "특히 한국·일본 업체가 미국 업체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는 협정을 체결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는 현재 한국·일본산 자동차에 부과되는 25% 관세를 낮출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이에 업계에선 미국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 이후에도 현지 판매 가격을 동결해 온 현대차그룹의 가격 정책에 변화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사가 이달 미국 내 가격 인상을 단행해 관세 방어를 비롯해 손실분을 메울 것이란 분석이다.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호세 무뇨스 사장, 송호성 사장 등이 앞장서 "미국에서 현재 자동차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 없다"라고 강조했으나, 관세 발효를 앞두고 쌓아뒀던 '비관세 재고'가 점차 소진되면서 미국 판매 가격 인상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다.실제 현대차·기아는 앞서 지난 4월 관세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세 시행 전 현지 재고를 각각 3개월, 2개월 수준으로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두 달 넘게 지난 현재 시점에서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재고 물량은 이미 바닥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재고 물량으로 인한 관세 방어 효과가 없는 3분기부터는 관세 충격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와 더불어 가격 인상을 자제했던 글로벌 경쟁사들이 잇달아 가격을 인상한 점도 현대차·기아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풀이된다.포드는 최근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차종의 미국 판매 가격 인상을 결정했으며, 토요타도 이달부터 미국 판매가를 평균 270달러가량 인상하기로 했다. BMW도 이달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전기차를 제외한 대부분 모델의 가격을 최대 2500달러 올리기로 했다.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역대급 미국 판매 실적도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하려는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시장조사업체 워즈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17만251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 점유율인 11.6%를 기록했다. 양사는 ▲1월 10.5% ▲2월 10.7% ▲3월 10.9% ▲4월 11.1% 등 올해 들어 매달 점유율을 끌어올렸다.이에 전문가들은 이달 현대차그룹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7월 이후 가격을 10%는 인상해야 관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현대차는 바닥 매트, 루프 레일과 같은 옵션의 운송비와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일각에선 현대차·기아가 가격 민감도가 가장 낮은 모델을 시작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이 가장 가격 민감도를 덜 느낄 수 있는 소형 세단의 가격부터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후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급 차량의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