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수출하는 미국산 제품 '무관세'미국산 SUV·대형 엔진차량 수출 기대감베트남 차 시장 점유율 1위 현대차 긴장포드, 현대차-빈패스트-토요타 격전 예고
  • ▲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그룹
    ▲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산 제품을 베트남 시장에 ‘전면 무관세’로 수출하는 무역 합의를 이뤄내면서 미국산 차량의 수출 확대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대차는 베트남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다. 무관세로 진입하는 미국산 완성차 공세로 현대차의 시장 지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서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직접 협상해 상호관세율을 46%에서 20%로 낮췄다”며 “베트남은 미국에 시장을 완전 개방해 미국산 제품이 무관세로 수출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환적(제3국 우회) 물량에는 40% 고율 관세를 매겨 중국산 우회 수출 차단 장치도 추가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무역수지 적자 등을 이유로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를 발표했고,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했다. 베트남은 2024년 기준 미국의 3대 무역수지 적자 국가이자 미국이 지정한 환율관찰대상국이다. 아울러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창구로 지목돼 고율 관세 부과가 예고됐다.

    트럼프는 이번 합의에서 상호관세율을 대폭 낮추면서 베트남을 통해 수출되는 제3국(주로 중국) 환적 상품에 40% 관세를 부과하며 원산지 세탁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베트남은 대미 수출 관세 부담을 줄이는 대신 미국산 농산물 30억 달러 구매, 항공기 및 LNG 수입 확대,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을 약속했다.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베트남과의 협상에서 이뤄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SUV와 대형 엔진 차량이 베트남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며 자동차 수출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브랜드인 포드, GM, 크라이슬러 등은 대형 SUV와 픽업트럭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합의로 베트남 시장 진입에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과 중산층 확대 속에 SUV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장으로, 2024년 자동차 판매량은 약 50만대에 달하며 연평균 10%대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미국산 차량이 무관세로 진입하면 가격 경쟁력이 크게 오르고, 이는 기존 시장 강자들에게 위협이 될 전망이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베트남 완성차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베트남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인 현대차와 격전이 예고된다. 현대차는 2017년부터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가동하며 현지 내 입지를 키웠고 2019년 베트남 시장의 전통 강자였던 도요타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10만1738대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20.6%를 차지, 1위를 유지했다. 베트남 현지 전기차 업체인 빈패스트는 판매량 8만7000대(17.6%)로 2위, 도요타는 6만6576대(13.5%)로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포드와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는 각각 4위(4만2175대·8.5%)와 5위(4만1198대·8.3%)를 차지했다.

    이번 무역 합의로 미국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면, 상위 3강의 점유율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포드는 이미 베트남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으로, 현지화 전략과 결합한 공격적 마케팅이 예상된다. 포드 익스플로러·GM 타호 같은 고배기량 모델도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고 현지 주력인 소형 SUV‧세단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자동차 부품 시장의 판도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베트남 자동차산업은 부품 국산화율이 20% 수준으로 낮으며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베트남의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약 10억 달러로, 이 중 한국산 부품이 4억6000만 달러로 전체의 46%를 차지했다. 미국산 또는 제3국 부품 수입이 증가하며 한국산 부품의 점유율이 감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미국과 베트남의 관세 협상은 한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 기준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각국의 관세 협상이 진전될수록 국내 완성차 업체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현지 시장에서의 충격이나 변화를 예측해 대응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제3국을 통한 부품 조달 등 영향도 포괄적으로 고려해 사업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미국과 베트남의 관세 협상에 따른 우리 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다른 국가와도 각기 다른 협상을 이뤄낼 텐데, 현대차는 이들 국가에 대한 직접 수출 시 영향과 제3국을 통해 부품을 조달, 생산 판매할 시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