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8월 1일부터 韓에 상호관세 25% 부과 통보자동차·일반기계 등 부진에 상반기 대미 수출 3.7% 감소자본시장연구원 "美 무역정책 효과로 성장률 1%p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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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평택항.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수출과 성장률 모두 비상이 걸렸다. 한미가 무역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경우 상호관세는 오는 8월 1일부터 부과된다. 대미 전기차 수출의 경우 90% 가까이 줄고 성장률도 1%포인트(p)나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퍼펙트스톰'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위기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9일 외신 및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한국, 일본 등 14개국 정상에게 서한을 보내 무역 합의가 없을 경우 8월 1일부터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25% 관세율을 통보했다. 트럼프는 하루만인 8일에는 의약품에 200%, 구리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조만간 반도체 관세도 부과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정부는 지난 4월 9일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를 7월 8일까지 3개월 유예하자 대표단을 꾸려 미국과 3차례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양측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주 방미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 인사들을 접촉했지만 사실상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상호관세 유예기간 동안 10%의 기본관세만 부담하면 됐지만 8월 1일부터는 15%가 추가된 25%의 상호관세를 떠안게 된 것이다. 상호관세 유예기간 동안 25~50%의 품목관세가 부과된 자동차·부품·철강 등 업계가 이미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관세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의 수출 실적 감소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대미 승용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7%, 9.5% 줄었다. 5월 전기차 수출은 89.6%나 급감했다. 철강·알루미늄 품목관세 50%가 적용되면서 냉장고와 세탁기의 5월 대미 수출액이 각각 35.5%, 17.1%로 줄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미 수출액은 전체적으로 3.7% 감소한 62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 양대 품목인 자동차와 일반기계가 상반기에만 각각 16.8%, 16.9%씩 급감한 영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자동차와 가전 등 일부 품목에서 나타난 수출 타격이 하반기에는 전 업종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상호관세 등 무역정책의 직간접 효과로 국내 성장률이 약 1%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음 달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내놓은 '미국 관세 및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발표된 미국의 관세 계획대로라면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추가로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 대미 수출품별 가격 탄력성, 품목별 부가가치 유발 계수 등을 적용해 국내 실질 GDP가 0.5% 감소한다. 

    품목별 GDP 파급효과는 운송장비가 0.30%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고, 이어 컴퓨터‧전자‧광학기기 -0.04%, 1차 금속제품 -0.03% 등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자동차나 철강 등이 큰 피해를 입는다는 얘기다. 

    무역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간접적 영향도 있다.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올 1분기 수준으로 상향 유지될 경우 향후 네 분기 동안 GDP가 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강현주·장보성·정희철 연구위원은 "종합하면 관세뿐만 아니라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정량적 효과도 상당하다"며 "이에 따라 미국 무역정책의 직간접 효과로 국내 성장률이 약 1%p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들 연구진은 "상호관세 유예 시한 이전 원만한 무역협상 타결이 이상적이며 적극적 거시안정화 정책으로 관세와 불확실성의 영향을 완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2015년 제조업 불황기보다 경기 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실물 경기에 대한 정책 당국의 대응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