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 평가 … 소비·수출 회복 뚜렷, 건설투자 고전"물가 안정세 지속 … 환율·유가 변동성 여전"AI 수요로 견조한 반도체 수출, 관세 리스크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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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건설투자가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소비가 개선되고 수출이 증가하며 성장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심리는 5월 이후 빠르게 회복되며 내구재·서비스 지출이 반등했고, 반도체 수출 호조가 전체 수출 둔화를 상쇄해 성장 부진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과의 무역협상 전개 양상에 따른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10일 발표한 7월 ‘경제상황 평가’에서 건설투자가 2분기 중 부진을 이어갔으나 소비자심리가 5월 이후 빠르게 회복되면서 내구재·서비스 소비가 반등했다고 평가했다. 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나타내며 경기 하강 국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3분기 이후에는 추가경정예산 집행과 기준금리 인하 효과 등에 힘입어 내수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 미국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 수출 흐름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안정과 정부의 물가대책에 힘입어 6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하며 목표치인 2% 내외를 유지했다.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2.0%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전망이다. 다만 환율‧국제유가 변동성과 국내외 경기 흐름은 물가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지난 전망(820억 달러)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경상수지는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흑자규모가 지난 전망을 웃돌았으나 하반기에는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이 점차 본격화되면서 상반기에 비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세계경제는 중동 정세 불안이 조기에 진정되면서 전반적으로 예상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무역확장법에 따른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되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유로지역은 통화정책 완화에도 무역 환경 악화로 완만한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은 대미 관세 압박 속에서도 내수 진작책이 성장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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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수출 사이클, 이번에는 다를까? … 변수는 관세‧경쟁 심화

    국내 반도체 수출이 2025년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하며 전체 수출 둔화를 상쇄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품목이 1.4% 줄어든 것과 대조되는 견조한 흐름이 이어지며 ‘확장기’ 진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2000년 이후 한국 반도체 수출은 대체로 ‘확장기(약 2년) → 과잉 공급 후 수축기(확장기의 절반 기간)’의 Boom-Bust 사이클을 6차례 반복해 왔다. 확장기에는 PC·스마트폰, 서버 등 신규 IT 기기 수요가 공급 확대를 촉발했고, 뒤이은 과잉 생산으로 가격 급락이 나타나는 전형적 패턴이 되풀이됐다.

    2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하며 전체 수출 둔화를 상쇄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은 1.4% 감소한 반면, 반도체만 15.9% 늘어나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AI 서버 수요와 DDR4 단종 전 선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이번 확장기를 과거와 구분 짓는 특징은 크게 네 가지다.

    먼저 AI혁명을 통해 ChatGPT 등 빅테크의 AI 서버 투자가 지속 확대되며 수요 기반이 전례 없이 견고해졌다. HBM(고대역폭 메모리)은 범용 D램에 비해 기술력과 고객 밀착도가 중요한 주문형 반도체 수요가 확장기 지속력을 강화했다. 관세 리스크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반도체 관세 부과 가능성이 하방 요인으로 남아 있다. 글로벌 경쟁면에서는 마이크론·CXMT 등 경쟁사의 기술·생산 능력 확대로 시장 점유율 방어 부담이 커졌다. 

    임웅지 한은 국제무역팀 차장은 “이번 확장기는 AI인프라와 기기 수요에 힘입어 2000년대초 IT혁명‧대중화 당시와 유사하게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도체 수출 확장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HBM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온디바이스 AI와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차 다양한 제품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