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계열사에 고강도 쇄신 메시지 전달할 듯유동성 위기·화학 부문 부진 속 선택과 집중 전략 본격화AI 등 신사업 방향 논의 … 재계 5위 복귀에도 안심은 일러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지주
    롯데그룹이 2025년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열고 전 계열사 경영진과 함께 하반기 생존 전략을 논의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년사와 상반기 VCM에서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만큼 그룹 전반의 대대적인 혁신 방안과 신사업 전략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이날부터 경기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하반기 VCM을 개최한다. 기존 잠실 롯데호텔 등에서 하루 일정으로 진행하던 방식을 벗어나 처음으로 숙박 일정을 포함한 합숙 형태로 회의 강도를 높였다.

    VCM은 신 회장이 직접 주재하며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각 사업군 총괄대표,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주요 경영진이 모두 참석하는 그룹 최고위 전략 회의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며 실적 점검과 중장기 전략 수립, 주요 경영방침 공유 등이 이뤄진다.

    롯데는 이번 회의를 단순한 정기 점검을 넘어 그룹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설 이후 자산 매각과 조직 슬림화를 단행한 가운데 이번 VCM을 기점으로 재무 건전성 회복과 사업 구조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특히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신 회장은 앞선 상반기 VCM에서도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고 실적을 냉정히 평가하며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환경이 아니라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에 있다"며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는 단순히 경쟁사와의 비교 우위를 넘어 그룹의 존립 여부가 걸린 과제라는 인식에서다.

    이는 지난 2일 신년사에서 "올해는 불확실성 확대와 내수시장 침체 장기화 등으로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며 "혁신 없이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언급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번 VCM에서는 각 사업군의 하반기 전략과 함께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방향도 중점 논의될 전망이다.

    한편 롯데는 최근 재계 순위 5위를 탈환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6위였던 롯데는 올해 자산 기준 5위로 올라섰다.

    롯데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 재계 5위를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포스코의 자산 급증으로 처음 6위로 밀려났다. 당시 양사 간 자산 총액 차이는 3조원 안팎으로 순위 재역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후 롯데는 토지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 자산 총액은 지난해 129조8290억원에서 올해 143조3160억원으로 10.4%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말 롯데쇼핑이 보유한 토지 약 7조6000억원을 재평가한 결과 지난 2월 기준 토지 관련 자산만 9조4665억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