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삼성 전환 속도 낸다멈췄섰던 M&A 본격 추진 전망반도체 부진·노조 갈등 숙제도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만에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뉴삼성' 전환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총수 복귀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전망이다. 동시에 8년째 멈춘 조단위 M&A(인수합병) 빅딜도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해 이 회장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 등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사내 미래전략실의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등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1심, 올해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고,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건은 마무리 됐다. 이로써 이 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약 10년 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냈다.

    사법 족쇄가 풀리면서 이 회장의 경영 복귀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면한 최대 과제로는 반도체 사업 부진에서 비롯된 실적 회복이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4조원, 영업이익 4조6000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31.24%, 전년 동기 대비 55.94% 감소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진입에 실패하며 점유율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AI 반도체 대중 수출 제한으로 저사양 제품인 'H20' 매출도 감소했다. 엔비디아가 H20 관련 매출을 회계상 손실 처리 한 만큼, 당분간 삼성전자의 추가적인 수주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자리를 비운 8년 간 조단위 빅딜도 사실상 중단됐다. 경영 컨트롤 타워 부재로 과감한 투자 결정이 제 때 이뤄지지 못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에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인 하만을 9조3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대형 M&A를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이 올해 초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삼성의 M&A는 다시 본격화 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4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프리미엄 오디오 사업부를 약 5000억원에 인수했고, 5월에는 독일의 냉난방공조(HVAC) 기업 플렉트를 2조4000억원에 사들였다. 이달 초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향후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총파업을 벌이며 임금 인상률 상향, 초과이익 성과급(OPI) 기준 개선 등을 요구했지만 이후 노사 갈등은 해소되지 않았다. 올해 3월 임단협 체결 이후 사측과 집행부 간 이면 합의 논란이 불거지며 조합원 수가 3만명 밑으로 감소했지만 전삼노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 후 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는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 또한 최근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며 복귀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2월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일본, 중국을 오가며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기의 BYD(비야디) MLCC 공급이 타진되는 등 사업적인 성과도 나왔다. 최근 이 회장은 14일 글로벌 비즈니스 행사인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열심히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삼성의 위기론을 키워왔다"며 "이제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하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민연금공단이 제기한 5억1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경영진,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