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낮추고, 상품은 늘리는 운용사들운용보수 인하 한투운용, 결국 백기투항저가 공세 속 ETF 질적 성장 여부 주목
  • ▲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여의도 금융가 전경. ⓒ연합뉴스
    ▲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여의도 금융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자산운용사 간 상품 차별화와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한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운용사 마저 운용보수 인하 대열에 합류하는 등 경쟁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은 17일 자사 ETF 5개 상품에 대한 운용보수를 인하했다. 'ACE 200' ETF를 기존 0.09%에서 0.017%로, 'ACE 200TR' ETF는 0.03%에서 0.01%로 내렸다. 이는 국내 최저 수준이다.

    또 'ACE 미국S&P500' ETF는 기존 총 보수 0.07%에서 0.0047%로 낮추고, 'ACE 미국나스닥100' ETF는 0.07%에서 0.0062%로 내렸다

    국내 최초 금현물 투자 ETF인 'ACE KRX금현물' ETF도 0.50%에서 0.19%로 대폭 낮아졌다.  당 상품은 국내 금 ETF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대표 ETF로, 한투운용이 복잡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출시해 약 4년간 유일무이한 입지를 지켜온 상품이다. 

    그러나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유사한 구조의 'TIGER KRX금현물' ETF를 출시하며 보수를 0.15%로 책정하자, 한투운용의 독점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대형 운용사의 '저가 공세'에 위기감을 느낀 한투운용은 결국 운용보수 인하라는 맞불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간 "보수 인하보다는 장기 수익률 경쟁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한투운용이 태도를 바꾼 것은 ETF 시장 내 점유율 방어가 그만큼 절박했음을 방증한다.

    ETF 시장의 보수 인하 경쟁은 한투운용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키움자산운용도 지난 15일 자사 고배당 ETF 상품의 운용보수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주도하던 보수 인하 흐름에 중견사들까지 속속 가세하면서, 운용업계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TF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지난주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17조원에 달한다. ETF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면서 운용사들의 경쟁 격화가 투자자들에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운용사간 경쟁을 통해 보수 인하 상품이 잇따라 출시될 경우 투자자들은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아울러 보수 인하는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일 미치기 때문에 장기 투자 매력 역시 높아진다. 

    하지만 중소형 운용사 입장에선 마냥 반가운 흐름은 아니다. 보수 인하 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대형 운용사 중심의 과점 구조가 고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마케팅 예산을 갖춘 대형사들이 시장의 기준 가격을 지속적으로 끌어내릴 경우, 중소형 운용사는 수익성 확보는 물론 신규 상품 출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시장의 건전한 경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선 보수 인하 못지않게 상품의 질과 차별성, 운용역량에 대한 평가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