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주요 광고주들에 'HP 미디어 네트워크' 제안"전 세계 1억 대, 월 8억3000만명 이상의 월간 사용자"…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강점 어필삼성·LG 이어 디바이스 제조사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 노려
  • ▲ ©HP
    ▲ ©HP
    글로벌 PC(personal computer) 시장 2위 기업인 HP(휴렛팩커드)가 광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TV 제조업체인 삼성과 LG가 자체 광고 플랫폼을 구축해 수익 다각화를 꾀한 것처럼, HP도 PC와 노트북 등 자사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광고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1일 외신 보도 및 업계에 따르면 HP는 최근 'HP 미디어 네트워크(HP Media Network)'라고 불리는 광고 네트워크를 주요 광고주들에게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P는 제안서를 통해 전 세계 1억 대 이상의 기기에서 월 8억3000만 명, 미국에서는 1900만 대 기기에서 1억6000만 명의 월간 사용자 수를 보유하고 있고, 매달 전 세계적으로 200만 대의 신규 기기가 추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규모와 확장 가능성을 내세웠다.

    HP가 광고 사업으로 눈을 돌린 배경에는 급변하는 PC 시장 환경이 자리한다.

    IDC 보고서에 따르면 HP는 글로벌 PC 시장 점유율 20%로 레노버(24%)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4위인 애플(9%)이 올해 1분기에 전년 대비 14% 성장하며 빠르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3위는 델 15%)

    이러한 경쟁 심화 속에서 HP는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사용자 행동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광고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과 LG가 스마트 TV 제조사로서 자체 광고 플랫폼을 구축한 것처럼, HP 역시 자사 PC 및 노트북과 연동되는 광고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 전문가인 마이클 기피스(Michael Gifis) 마시 댐(Marcy Damn) 창립자 겸 매니징 파트너는 "HP의 광고 사업 진출은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광고 수익을 놓고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의 주목을 끌기 위한 싸움은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벌어질 것이며, 그러한 디지털 여정의 출발점 결국 하드웨어"라며 "따라서 OEM, 통신사, 유통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텐츠 제공자, IP 제공자 등 다양한 기업들은 디지털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을 찾고,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사업 확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P는 디지털 소비자의 '첫 접점'인 디지털 기기를 전 세계적으로 대거 보유한 만큼, 다양한 산업군과의 협업을 통해 광고 생태계를 확장하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것으로 보인다. PC 제조사로서의 전통적 역할을 넘어 '디바이스 기반 광고 미디어'로의 진화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 ▲ ©HP
    ▲ ©HP
    HP의 광고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노트북을 활용한 타깃 광고다.

    'HP 미디어 네트워크'는 HP 컴퓨터와 앱 내 광고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모바일 브랜드 광고 플랫폼 카고(Kargo) 등과 협력해 퍼스트 파티 데이터를 활용한 외부 광고도 판매하고 있다. HP의 광고 상품은 이메일 및 소셜 캠페인 광고, 노트북 화면 오른쪽 하단에 CTA(Call to Action, 클릭 유도 문구)를 띄우는 '토스트(Toast)' 광고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HP는 '토스트' 광고를 연말 프로모션에 활용해 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와 2.6%의 클릭률을 달성했다.

    HP는 PC 사용자가 사용하는 앱과 이메일 주소, 구매 내역, 위치와 같은 데이터를 통해 타기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HP는 세금 관련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했거나 일주일에 10시간 이상 회의 앱을 사용하는 사람을 식별할 수 있고, 해당 사용자 그룹에 대한 광고를 타기팅할 수 있다.

    해리 카그먼(Harry Kargman) 카고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카고는 광고가 적고 주목도가 높은 곳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광고 형식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며 "HP가 방대한 고객 베이스를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광고 경험을 만들어가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굉장히 흥미롭다. HP의 시도가 기기 제조업체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광범위한 산업 트렌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HP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HP의 제안서에 따르면, HP 기기 사용자는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HP 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며 데스크톱의 경우 이 중 상당 부분이 스트리밍에 할애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HP 스트리밍 서비스는 주문형 비디오(VOD), 오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포함하며, 6초, 15초, 30초 길이의 인스트림(in-stream) 광고(콘텐츠가 재생되는 도중 삽입되는 광고)와 정지 화면에 표시되는 광고(pause ads), 추천 콘텐츠 상단에 표시되는 캐러셀(carousel) 광고 등 다른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광고 상품도 포함될 예정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디바이스 제조업체들은 광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스마트 TV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체 광고 플랫폼 삼성 애즈(Samsung Ads)를 운영하고 있으며, LG전자 역시 LG 애즈 솔루션(LG Ads Solutions)을 통해 글로벌 커넥티드 TV(C-TV) 광고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하드웨어 판매에 의존하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디지털 광고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HP 역시 노트북과 데스크톱이라는 사용자 밀착형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광고 수익을 확보하고,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운영함으로써 삼성, LG 등과 유사한 광고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HP의 행보는 글로벌 하드웨어 기업들 간 광고 비즈니스 경쟁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