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전기차 판매 28% 감소점유율 다시 한자릿수로 2→3위하이브리드車 생산 전환 가능성펠리세이드 韓 생산분 이전도 거론
  • 미국이 전기차 세액 공제를 조기 폐지하기로 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경우 최근 전기차 판매 약화 조짐을 겪는 현대차·기아는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 미국 시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이달 초 대규모 감세법인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를 시행했다. 이는 전기차 신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약 1040만 원)를 주는 기존 세액공제 혜택을 9월 말 조기 종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동차 업계를 비롯한 경제계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전일 OBBBA 시행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828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매출은 2조7244억 원 줄어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현대차를 비롯한 수입차에 25% 관세를 본격 부과한 바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미국발 관세로 올 하반기 8~9조 원가량의 손실을 전망했으나, 전기차 판매마저 주저앉으면 손실 규모가 10조 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위상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미국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은 4만45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미국 전기차 판매량(58만9066대)이 전년 대비 5.2% 증가한 것을 비교했을 때 현대차·기아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치명적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7.6%로 작년 상반기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순위도 테슬라(42.5%), 제너럴모터스(13.3%)에 이어 3위로 밀렸다. 2022년 2위 자리에 오른 지 3년 만의 점유율 순위 하락이다.
  • ▲ 현대차그룹 HMGMA 전경 ⓒ현대차그룹
    ▲ 현대차그룹 HMGMA 전경 ⓒ현대차그룹
    이에 업계에선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해 온 현대차그룹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올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한 바 있다. HMGMA에선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9를 비롯해 기아 EV6·EV9,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현대차그룹의 주력 전기차들이 생산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HMGMA의 전기차 생산 조절에 나서고 있다. 미국 수요 정체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며,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HMGMA의 지난달 생산량은 5361대로 5월(8674대)보다 38% 감소했다.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월 8000대 이상 생산량을 유지했지만, 6월 들어 5000대를 간신히 넘겼다.

    일각에선 향후 HMGMA에서의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전년 대비 45.3% 증가한 13만6180대의 하이브리드 차량을 판매하는 등 하이브리드 모델이 실적 돌파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과 기아 조지아 공장(KMMG)에서 생산 중인 싼타페 및 북미형 투싼, 싼타크루즈 등의 판매를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계됐던 HMGMA에서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라며 "특히 자동차 소비자 수요가 하이브리드로 재차 쏠리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전략도 이에 맞춰서 바뀔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 출시된 현대차의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미국 내 핵심 전략 차종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공식 적용한 하반기 유일한 신차로, 지난달부터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한편 현대차·기아는 이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에서 미국 판매 가격 조정 등을 포함한 관세 대응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3개월 동안 현지 재고분을 활용하며 가격을 동결해 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