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환경 속 전기차 성능 철저히 검증공력기술 집중 … Cd 수치 낮춰 에너지 효율↑글로벌 전기차 기술 경쟁 속 혁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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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 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는 모습ⓒ현대자동차
중동지역의 50℃ 고온부터 북유럽의 영하 30℃ 강설, 바람과 소음이 몰아치는 고속 주행 환경까지.23일 찾은 현대차·기아 남양기술연구소는 이러한 극한 조건을 실내에서 정밀하게 구현해 전기차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치열한 전기차 기술 경쟁 속 실제 기후와 유사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고 각종 데이터를 정밀하게 수집·분석하는 이곳은 단순한 시험장을 넘어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을 이끌어 가는 ‘전기차 개발의 심장’이다.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열효율 향상, 주행 안정성과 실내 쾌적성, 전비 효율까지 전반적인 차량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이날 기자는 연구소의 환경시험1동부터 시작해 공력시험동, R&H성능개발동, NVH3동까지 순차적으로 둘러보며, 현대차·기아 전동화 기술 개발의 실제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첫 번째로 공개된 고온 환경 챔버에서는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6 N’이 시험 중이었다. 차량은 섀시 다이나모미터 위에 고정된 채 시속 50km로 바퀴를 굴리며, 상단의 ‘솔라 램프’가 최대 1200W/㎡의 인공 태양광을 쏟아부어 실제 50℃ 폭염 환경을 재현했다. 차량 내부에는 온도 센서가 부착된 ‘서멀 마네킹’이 탑승해 공조 시스템이 실내 온도 쾌적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측정했다.송대현 열에너지차량시험1팀 책임연구원은 “송풍구 위치, 냉방 모드 설정 등에 따라 실내 쾌적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방문한 저온 환경 챔버에서는 기아의 PBV ‘PV5’가 영하 20℃ 상태에서 시험 중이었다. 차량 외부에는 성애가 얇게 내려앉아 겨울 도로 주행 조건이 현실감 있게 구현됐다. 이곳에선 실내 난방 성능과 배터리·모터의 저온 제어 기능이 꼼꼼히 검증된다.가장 극한 환경인 강설·강우 챔버에서는 영하 30℃에 인공 눈과 비가 함께 내리는 가운데 ‘아이오닉 9’가 거센 눈보라 시험을 받았다. 기자가 직접 마련된 방한복을 착용하고 챔버 내부를 체험했을 때도 혹독한 추위가 느껴졌다.홍환의 열에너지차량시험2팀 연구원은 “눈이 차량 실링이나 충전구에 쌓일 경우 전장 계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극한 조건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확인해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
- ▲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하는 모습ⓒ현대자동차
전기차 주행거리 향상을 위해 공기저항계수(Cd)를 낮추는 작업도 남양기술연구소의 주요 임무다. 이날 공개된 ‘에어로 챌린지 카’는 현대차·기아 공력개발팀이 개발한 콘셉트카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 최저 수준인 Cd 0.144를 기록했다. 기존 콘셉트카의 0.17~0.19 대비 크게 낮은 수치로, 회사의 혁신적인 공력 설계 기술이 집약됐다.차량에는 액티브 카울 커버, 액티브 사이드 블레이드, 액티브 리어 스포일러, 액티브 리어 디퓨저, 통합형 3D 언더커버 등 다섯 가지 핵심 공력 기술이 적용된다. 이의재 공력개발팀 책임연구원은 “각각의 기술들이 모두 함께 작동될 때 최적의 공력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향후 성능 향상과 검증을 거쳐 양산 모델에도 적용할 수 있는 요소 기술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다만 이 차량은 연구 개발 중인 보안 대상 차량이어서 현장에서 실물은 볼 수 있었지만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허용되지 않았다.전기차는 엔진 소음이 사라지면서 작은 바람 소리, 노면 소음, 진동 등이 더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NVH(소음·진동·거칠음) 성능을 차량 품질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NVH3동에는 실제 도로 노면을 본뜬 로드노이즈 시험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소재와 부품 설계를 개선해 소음원을 줄이는 연구가 진행된다.또한 VR 기술을 활용한 몰입음향 스튜디오에서는 실제 주행 환경과 유사한 시각·청각 조건을 구현해 차량 내부 및 외부 소리를 평가한다. 보행자 보호음, 실내 유입 소음, 인포테인먼트 음향 등 다양한 사운드를 종합적으로 검증해 탑승자의 감성 품질까지 세심하게 설계한다.이처럼 남양기술연구소는 고도화된 시험 환경을 기반으로 전기차가 실제 주행에서 직면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설계와 실험, 개선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곳에서 탄생한 기술력은 현대차·기아차가 글로벌 EV 시장을 선도하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
- ▲ NVH동에서 헬멧 마이크로폰 어레이 장비를 활용해 실제 차량 내 음향 데이터를 수집하는 모습ⓒ현대자동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