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 제기한 가처분, 내달초 판결 유력태광산업, 애경산업 인수전 숏리스트 들어트러스톤, OK캐피탈에 일부 지분 매각정부 자사주 소각 기조에 EB 발행 부합 X
-
-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는 모습. ⓒ뉴데일리DB
태광산업이 교환사채(EB) 발행 논란으로 애경산업 인수에 차질이 우려된다.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OK캐피탈과 연대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자사주를 기초로 한 EB 발행이 자사주 소각 등 정부 방침과 배치되면서 미운털이 박히는 모양새까지 연출되고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18일 트러스톤이 태광산업을 상대로 “EB 발행을 중단해달라”고 낸 가처분에 대한 심문을 진행했다. 법원은 오는 25일을 심문 종결일로 지정했으며, 가처분 판결은 내달 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전량(24.41%)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이달 1일에는 올해와 내년에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미래 사업구조로 재편하겠다는 비전을 나타냈다.태광산업은 EB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 3186억원을 사업구조 재편에 투입하며, 특히 애경산업 인수에 2000억원 정도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애경산업 인수전에는 태광산업을 비롯해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 4~5곳이 숏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EB 발행에 대해 “이사회가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 등을 명확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당시 이사회에서 이러한 절차가 없었다”며 반발했다.트러스톤은 지난달 30일, 태광산업의 EB 발행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냈고, 금융감독원도 태광산업에 정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태광산업은 이달 2일 입장문에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날 때까지 EB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트러스톤은 최근 OK캐피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며 태광산업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트러스톤은 지난 18일 태광산업 지분 5.69% 중 2.73%를 OK캐피탈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번 거래로 트러스톤의 지분율은 2.96%, OK캐피탈의 지분율은 2.73%가 됐다.트러스톤의 지분 일부 매각은 ‘3%룰’ 개정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의 선임·해임 시 사내이사나 사외이사 관계없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해 3%로 제한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조항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적용된다. -
- ▲ 최근 시민단체들이 이 전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경찰 고발하는 기자회견 모습. ⓒ태광그룹혁신연대
즉, 이호진 전(前) 태광그룹 회장(29.48%) 및 특수관계자 지분은 54.53%에 달하지만 1년후에는 감사위원 선임에서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반면, 트러스톤과 OK캐피탈은 각자 지분만큼 가능해 트러스톤의 운신 폭이 더 넓어지게 된다.실제로 트러스톤은 지분 매각 후 “OK캐피탈과 태광산업 지분 5.69%를 공동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트러스톤과 OK캐피탈은 주주권 공동행사를 하기로 했으며, 결정권은 트러스톤에 있다. OK캐피탈 입장에서도 태광산업 지분을 블록딜로 쉽게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양측이 ‘윈윈관계’라는 평가다.다만 트러스톤 측은 3%룰만 고려한 결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트러스톤 관계자는 “OK캐피탈에 지분을 매각하면 감사위원 선임에서 유리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도 “만기가 있는 펀드가 만기 없는 대주주와 맞서기 위한 차원에서 전략적 투자자를 찾은 의미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만약 가처분이 인용되지 않더라도 트러스톤은 본안 소송을 제기해 태광산업의 EB 발행을 견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정부의 기류도 태광산업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이후 자사주 소각 등 주주권익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태광산업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은 정부의 기조와 결이 다르다.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상법개정안 등 정부의 기조를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태광산업이 EB 발행을 추진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자칫 이재명 정부와의 대결 구도로 이어질 수 있다.이에 대해 태광산업 측은 “EB 발행을 통한 투자자금 확보는 회사의 존립과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애경산업 인수도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