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25→15% 낮아져 … 수출 불확실성 부분 제거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 추가 개방 없이 협상 마무리식품·화장품·패션 수출 기업 가격 인상 불가피 전망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 및 물류 효율화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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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예정됐던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한국과 합의했다고 31일 밝혔다. ⓒ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갈무리. realDonaldTrump
미국과 한국이 상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하면서 유통업계가 긴장의 끈을 다소 늦췄다.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이 마무리되며 농축산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식품·화장품·패션 등 주요 수출 기업들은 관세 부담에 따른 가격 조정과 현지 생산 확대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3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상호 협의를 통해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25% 상호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었던 8월1일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이 이뤄진 것이다. 쌀과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식량 안보를 고려해 이번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식품업계는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지만 일정 부분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내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수출 실적이 급증한 상황에서 관세 부담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식품 수출액은 51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이 중 미국 수출액은 9억3370만달러로 전체의 14.0%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불닭 브랜드로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는 삼양식품은 상호 관세 부과에 따른 일부 품목 공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 1조7280억원 중 77.3%(1조3359억원)가 해외 매출이며 이 중 미국법인 매출은 2억8000만 달러(약 3868억원)로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삼양식품은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검토해왔다.
종가 브랜드로 미국 김치 시장을 공략 중인 대상도 관세 부과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종가 김치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약 38%에 달한다.
대상 관계자는 "LA 공장 및 럭키푸즈를 통한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라면서 "채널별·거래처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농축산업계는 이번 협상 타결로 급한 불을 껐다. 정부가 식량 안보와 농업 민감성을 고려해 쌀·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제외한 결과다. 앞서 미국 측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와 쌀 관세화 재협상 등을 요구하며 전국 농가와 축산업계의 대규모 반발을 불러왔다.전국한우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끝까지 쌀과 소고기 시장을 지켜낸 것은 국가로서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지켜내고 농민의 생존권을 지켜낸 것"이라면서 "인구가 급감하는 농촌의 지역 붕괴를 막아낸 것으로 민감한 국민의 건강 우려 마지노선을 지켜낸 값진 성과"라고 평가했다.이어 "정부는 비관세 장벽 축소, 시장개방 확대 요구, 과채류에 대한 한국 검역 절차 등 앞으로도 미국의 끊임없는 협의 요구에 대해선 이번과 같이 식량주권과 국민건강권은 협의 대상도 타협 대상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 ▲ 불닭 ⓒ연합
화장품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5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해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 중 미국 수출액은 10억2000만달러로 중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최근 5년간 미국 수출액은 두 배 이상 늘며 K뷰티 수출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예측 가능한 관세율 확정이 대미 사업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며 "관세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 확대에 면밀히 대응하고 미국 현지 리테일 파트너와 협력해 경쟁력을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역시 미국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업 전략을 조정 중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도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새로운 경영 환경에 맞춰 준비하고 물류 효율화 및 비용 최적화를 지속 추진하며 가격과 수요 동향을 면밀히 관찰해 유동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생산)업계도 선제 대응에 나섰다. 한국콜마는 미국 내 두 번째 공장을 가동하며 연간 3억개 규모의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제조사의 경우 직접 수출이 아니어서 영향은 제한적이나 미국 내 1·2공장을 활용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패션업계도 관세 변화에 따른 공급망 점검에 나섰다. 주요 수출업체들은 베트남·인도·중남미 등 생산 기지를 통해 미국 수출 물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브랜드 대부분이 미국 시장 의존도가 크지 않지만 베트남 등 관세 대상 국가에서 생산하는 OEM·ODM 기업들은 간접적인 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제 정세에 맞춰 전략을 수립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