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견제 강화에 수혜 기대LG엔솔, 美 ESS 시장 정조준SK온·삼성SDI 캐파 확대 속도CATL 독주 K-배터리가 잡는다
  • ▲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의 홀랜드공장.ⓒLG에너지솔루션
    ▲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의 홀랜드공장.ⓒLG에너지솔루션
    한미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그동안 부침을 겪던 K-배터리 3사가 미국 시장에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25%까지 제시됐던 상호 관세율이 최종 15%로 확정되며 불확실성이 해소된데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및 소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호재도 겹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3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간 15% 상호 관세 확정으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최대 25% 이상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만큼, 이번 결정은 ‘최악은 피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번 상호관세율이 확정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보다 예측 가능한 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특히 미국 현지에서 확보한 제조 역량과 운영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내 배터리 3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고율 관세 정책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AI 관련 전력 수요 증가로 고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국내 배터리사들은 현지 생산라인 확보와 수주 확대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6조 원 규모의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와 기간을 고려할 때 고객사는 테슬라인 것으로 추정된다. K-배터리사의 반사이익 기대 속에서 이 같은 대형 수주 성과를 올린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3사 가운데 유일하게 ESS용 배터리 전용 생산라인을 마련하고 발빠르게 양산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테슬라 공급 계약은 미국의 탈중국 움직임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사례”라며 “향후 이런 흐름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온도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본격적인 추격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을 결의했다. SK온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전동화 중심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국 공장에 ESS 전용 배터리 생산라인도 배정된 상태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합병 관련 설명회에서 “셀투팩(Cell to Pack)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며, ESS에 적용할 계획”이라며 “여러 고객사와 수주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미국 공장 라인 배정도 완료돼 연내 수주 성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SK온의 미국 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조지아 1·2공장에서는 총 12개 생산라인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9개는 현대차·기아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라인 일부는 ESS용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SDI의 경우 미국 현지 공장은 완성차와 합작 전기차 배터리 공장만 운영중이기 때문에 ESS 배터리 생산 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국내와 미국 등 해외 수요는 울산 공장에서 수출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 미국 현지 공장은 완성차와 조인트벤처(JV)이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ESS용 배터리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미국 수요 대응을 위해 국내에서는 생산 효율화 및 전기차용 라인의 전환을 통해서 Capa 증량을 진행중"이라며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3사는 ESS 외에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수요 대응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에서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1공장을 가동 중이며, 2공장도 건설 중이다. GM과의 합작 공장도 추진 중이다. SK온은 포드·현대차 등과의 합작 형태로 조지아·켄터키·테네시주에 총 4개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다만 미국 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더라도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분리막·전해질 등은 여전히 한국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관세 리스크에서는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셀 생산의 80%, 양극재 90%, 음극재 97%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중국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 중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중국이 ESS 배터리 시장에서 절대적인 공급자 역할을 해왔지만, 미국의 정책 전환 이후 K배터리가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EV와 ESS 시장 합산 지난해 기준 CATL은 독보적인 38% 점유율로 1위다. BYD, CALB, EVE 등 중국 업체들이 ESS 및 EV 시장에서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0% 점유율로 3위, 삼성SDI는 4% 점유율로 7위, SK온은 2% 점유율로 9위를 기록했다. 2023년 24%였던 국내 3사의 점유율이 16%로 8%p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