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0%→15%… 가격경쟁력 타격 불가피배터리 현지 생산 속도… 원자재 확보 고민철강 50% 관세 미해결… 불확실성 여전해1500억 펀드 조성하는 조선… 시너지 기대식품·화장품, 中 추격 속 일부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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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에서 15% 관세율로 최종 합의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예고했던 25% 관세율에서 10%포인트 낮춘 결과로, 앞서 미국과 협상을 마친 일본과 유럽연합(EU)과 같은 관세율이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다만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산업별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쌀·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추가 개방 없이 협상이 마무리돼 농축산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배터리·철강·식품 등 업종은 ‘관세 현실’이란 새 판 위에서 생존 전략을 재구상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31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8조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한국에 적용되는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의 상호관세 부과 시점으로 예고한 8월 1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극적으로 타결이 이뤄진 것이다.쌀과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식량 안보를 고려해 이번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이번 협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혜택이 사실상 무력화되고, 새로운 무역 환경이 조성되면서 산업 전반의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車, 무관세에서 15%로… 가격 경쟁력 흔들가장 큰 충격을 받는 산업은 자동차 업계로 지목된다. 미국이 4월부터 부과했던 25%보다는 낮아졌지만, 4월 이전(0%)에 없던 관세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은 2012년 미국과의 FTA로 무관세 혜택을 누려온 반면 일본과 EU는 2.5%의 관세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일본, EU와 같은 15%의 관세율에서 경쟁하게 된 것으로, 오히려 2.5%p의 부담을 안고 가게 됐다.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조지아·앨라배마 공장에서 전기차 라인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오닉5, EV9 등 전기차 주력 모델의 미국 현지 생산 비율을 높여 관세 부담을 피하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보조금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국내 생산 물량이 조정될 수 있어 고용과 부품 생태계에 미치는 여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에 따라 한미 양국이 승용차에 상호 무관세를 적용, 이는 한국 자동차의 미국 시장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협상으로 관세가 15%로 낮아졌지만, 기존 무관세 혜택이 사라진 점은 여전한 부담으로, 일본과 EU와 동일한 15%의 관세 선상에서 경쟁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배터리 산업은 상대적으로 안도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3사는 이미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해왔다. 이번 협상으로 한국에서 수출되는 배터리 완제품에는 15% 관세가 적용되고, 미국 내 생산품은 무관세라는 구조가 명확해지면서 사업 계획 수립에 불확실성이 줄었다.다만 IRA(인플레이션감축법)가 요구하는 ‘핵심광물 조달 요건’은 여전히 부담이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와 희토류 등 원재료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광물 조달’과 ‘생산 현지화’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으로, 우리 기업은 베터남 등 새로운 광물 공급처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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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50% 관세 여전… 조선, 1500억 달러 펀드 조성이번 관세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된 철강·알루미늄 업계는 고율의 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에 불안감이 극대화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3월 수입산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6월부터는 이를 50%로 올렸다. 현재 미국 내 가격경쟁력 약화로 고부가제품 위주 수출 전략을 전개 중인 우리 철강사는 미국과의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포스코와 현대제철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수출을 유지하는 한편, 미국 내 가공센터를 확대해 우회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원재료 자체에 붙는 고율 관세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가격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존 미국 현지 유통가를 100달러, 우리 수출 가격을 80달러로 치고 여기에 관세 50%를 붙이면 우리 수출 가격은 120달러가 돼 원론적으로는 수출을 못 하게 되고, 이는 일본이나 EU도 마찬가지”라며 “결국 국가별로 철강 품목 관련해서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조선산업은 미국 수출 비중이 낮아 직접 관세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총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약정을 맺으면서, 이 중 1500억 달러가 조선 분야에 투입될 계획이라는 점에서 수혜가 예상된다. 투자 대상은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LNG운반선 확대, 미국 내 조선 기자재 생산 기지 구축 등이 될 전망이다.미국 주요 조선사와 공동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사업자가 사실상 한국 기업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펀드의 직접 수혜자 우리 조선사들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선사들은 또 한국이 미국산 에너지(LNG) 1000억 달러를 구매하기로 한 약정과 맞물려 LNG선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새로운 일감도 확보할 전망이다.쌀·소고기 한숨 돌렸지만… 화장품·패션 수출기업 부담 ↑식품과 화장품업계는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지만 일정 부분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 내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수출 실적이 급증한 상황에서 관세 부담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화장품업계의 올 상반기 미국 수출액은 10억2000만달러로 중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전문가들은 “FTA의 의미가 약화된 상황에서 관세 회피를 위한 현지 생산, 공급망 다변화, 기술 우위 확보가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무역확장법 232’ 관세 등 개별 품목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산업 간 연계 차원에서 새로운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업계 관계자는 “이제 ‘무관세 특혜’ 대신 ‘15% 관세 현실’이라는 새로운 게임의 법칙 위에서 전략을 다시 짜게 됐다”면서 “자동차·배터리는 현지화로 활로를 찾을 수 있지만, 철강은 묶여 있고 조선은 간접 수혜에 그친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산업 전반의 판도를 바꿔놓은 만큼후속 협상과 정부의 대응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