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션 조항·파생상품 등 수익성 방어글로벌 수요 확대에 현지 생산기지 투자 본격화
  • ▲ 구리 케이블 ⓒ AP·연합뉴스
    ▲ 구리 케이블 ⓒ AP·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부터 수입 구리 반제품과 전선 케이블에 50%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전선업계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구리 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수입 구리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선언문은 여러 종류의 구리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구리로 만든 반제품이나 구리 집약 파생 제품이 해당된다.

    당초 구리 광석 등에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미국 백악관이 구리 사용 비중이 높은 완제품에만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전일 기준 구리 가격은 2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해외에서 전기동(정제 구리)을 수입해 케이블을 생산하는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업체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구리는 케이블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로, 전선 제품 수출 시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에 구리 제품 관세 면제를 요청하며, 국산 구리 제품이 미국 안보 위협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미국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케이블 및 배선에 대한 관세가 AI와 같은 첨단 기술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 확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 LS전선이 미국 시장에 수출한 비중은 전체 매출의 7~8% 수준이다. 하지만 동부 연안 해상풍력 프로젝트 등에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점이라 리스크는 더욱 커졌다.

    대한전선 역시 지난해 달성한 약 3조7000억원의 신규 수주 중 미국 시장에서만 약 7200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선업계는 구리 가격 변동에 대비해 선물 및 옵션 거래를 진행하고, 에스컬레이션(원가 연동) 조항 등 수익성 방어 장치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에스컬레이션 조항은 주요 납품 계약에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것으로, 관세로 인한 인상분만큼 제품 판매 단가도 함께 상승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품 가격 인상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전선업계의 경우 현재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해 판매 감소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S전선은 트럼프 정부 취임 100일 앞두고 1조원을 투자해 현지 해저 케이블 공장을 착공했다.

    LS전선 관계자는 “제조업 부흥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정책에 따른 수요 증가를 겨냥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라며 “당장은 미국향 비중이 크지 않고, 유럽 시장에 집중한 뒤 생산 시설이 완공되면 현지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2027년 3분기 완공을 목표로, 2028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해 향후 글로벌 수요에 대비해 설비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대한전선도 관세 이슈 등으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현지 생산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전력 인프라 투자가 확대돼 국내 전선 제품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이 매우 넓고, 구리 반제품에 대한 현지 수급 불균형이 예상돼 미국 현지 제조사 역시 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이므로 면밀하게 검토 및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