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담보 대출… 코오롱 650억원, 코오롱인더 290억원 코오롱 주가 100% 오르자, 대환대출로 대출 한도 늘려 "대출금, 개인회사·송사비용·티슈진 투자에 쓰였을 듯" 이규호 부회장, 지분율 0%… 주가상승, 향후 승계 비용↑
  • ▲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뉴데일리
    ▲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뉴데일리
    코오롱 이웅열 명예회장이 코오롱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 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최근 코오롱 주가가 급등하자, 기존 대출을 말소하고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금액을 대출받는 '대환대출'도 확인됐다. 재계에서는 해당 자금이 개인회사 투자 자금 및 법률 송사 비용 등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2015년 성북세무서에 납세 담보로 처음 코오롱 주식 36만주를 활용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담대'를 확대해 왔다. 당시 2019년 6월 하나금융투자와 NH금융투자에 각각 32만주, 25만주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했는데 코오롱 전체 지분의 4.37%에 해당됐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최대주주로 지분 51.64%를 갖고 있다. 

    이 중 38.40%를 금융권에 담보로 내어주고 총 650억원의 대출을 받은 상태다. 이밖에 코오롱인더스트리 보유주식 26만8275주를 담보로 우리은행에 총 290억원의 대출도 받았다. 총 대출금액만 940억원에 이른다. 

    이 명예회장은 자신의 보유지분을 활용한 '주담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이와 관련된 공시만 41회 진행됐을 정도다. 올해 들어 코오롱 주가가 상승하며 거래 주기가 더 잦아졌다. 

    지난달 이 명예회장은 한국금융증권과 15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2개월로 이자율은 4.5%다. 이 계약으로 이 명예회장이 담보로 맡긴 코오롱 지분은 9.36%다. 7월에만 총 5건의 주담대 계약이 체결됐다. 

    ◆ 코오롱 주가 100% 오르자… 대환대출 적극 활용

    '대환대출' 활용도 적극적이다. 주담대 계약만료 시점에 신규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출 기간 만료 이전에도 코오롱 주가 상승으로 담보의 가치가 상승하자 대출을 말소시킨 뒤 신규 대출을 일으키는 사례도 있다. 

    이 명예회장이 올 2월과 4월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 코오롱주식 총 4.24% (대출금 49억원)로 체결한 6건의 계약은 이달 초 모두 말소됐다. 해당 대출의 금리는 5.5~5.9%로 다소 높게 책정됐고, 담보유지비율도 140~170%에 달해 금융사에서 회수 리스크를 크게 봤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과 체결한 주식담보계약 3건은 4월 28일 실행돼 오는 10월 28일이 만기였는데 이를 조기 상환하고 대신 같은 기관에서 7월 29일자로 신규 대출 2건을 실행했다. 

    기존 대출건은 19만4590주를 담보로 금리 5.5%에, 담보유지비율 170% 대출금액 14억원이었는데, 신규 대출은 24만2916주를 담보로 총 60억원을 빌렸다. 대출이자도 4.5%~4.62%로 대폭 낮아졌다. 

    결과적으로 같은 금융사를 상대로 대출 담보 주식은 24.8% 증가했으나, 대출금은 328.6%나 늘어났다. 종가 기준으로 첫 대출이 실행됐던 4월 28일 코오롱 주가는 2만3350원이었으나 대환대출 실행일 코오롱 주가는 4만8000원으로 105.6%, 즉 두 배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 ▲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코오롱
    ▲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코오롱
    ◆ 개인회사·송사비용 이외에 코오롱티슈진 투자에 사용  

    재계에서는 이 명예회장의 이러한 자금흐름이 창업, 신규투자 등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새롭게 창업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명예회장이 개인투자금을 가장 많이 쏟은 곳은 단연 코오롱티슈진이다. 그는 코오롱에 이어 코오롱티슈진 2대 주주로 지분 238만2764주(지분율 14.48%)를 갖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만 각각 제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사재 101억원을 투입했다. 다만 올 1월 진행된 유상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개인자격으로 차량호출서비스 파파모빌리티에 투자해 한 때 지분율이 30%를 넘어섰으나 이후, 코오롱이 투자에 가세하며 올 7월 기준 지분율은 코오롱이 95.4%, 이 명예회장은 1.94%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 명예회장이 오랜기간 송사를 겪으며 개인 자격으로 부담해야할 송사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이른바 인보사 사태로 재판을 2019년부터 받아왔는데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명예회장은 퇴진 전까지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 코오롱글로벌, 코오롱생명과학 등에서 연간 40여억원의 보수를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코오롱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의 주식 담보 대출, 신규 투자와 관련해서는 개인 사정으로 아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 이규호 부회장, 보유지분 0% … 경영승계 '오리무중'

    일각에서는 코오롱 주가 상승이 향후 승계 과정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은 지분 승계를 전혀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2018년 회장직을 내려놓으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한 결과다. 

    경영 능력 입증과 함께 지주사 주가까지 오르며 승계 재원 마련 부담도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 주가가 오르면 승계나 계열 분리 등을 통한 오너일가 사적 이익 극대화가 어렵고 상속세 부담도 커진다"며 "주주 환원 정책 강화와 함께 경영권을 다지기 위한 새로운 셈법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