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롯데 연이은 셧다운… "3년 뒤 절반만 남는다"대기업 워크아웃시 2·3차 벤더 연쇄 도산 불가피한번 무너지면 회복 불가능한데… 정부지원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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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국가산업단지 야경. ⓒ연합뉴스
한화그룹과 DL그룹이 합작해 설립한 여천NCC가 자금난에 따른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국내 기업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산업 재편·지원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1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여천NCC는 최근 석유화학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와 재무구조 악화로 이달 말까지 3100억 원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1일까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불가피하다. 여천NCC는 한화그룹과 DL그룹의 5대 5 합작회사다.한화그룹은 신속히 자금 지원에 나서 기업 지속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했다.반면 DL그룹은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다. 앞서 올해 3월 주주사 간 협의를 통해 두 그룹이 각각 1000억 원씩 출자를 단행한 지 불과 3개월이 지난 시점에 1500억 원을 추가 증자 또는 대여하기보단, 유동성 위기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석유화학 업계에선 여천NCC 사태를 업계 전반의 위기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천NCC를 시작으로 이른바 '셧다운 도미노'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실제 여수·대산·울산 등 전국 3대 석유화학단지에 입주한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10곳 중 상당수는 경영난에 직면한 상황이다.LG화학은 지난해 5월부터 대산·여수 공장의 석유화학 원료 스티렌모노머(SM) 생산 라인 가동을 멈췄으며, 나주 공장 알코올 생산도 중단했다. 스티렌모노머는 가전에 들어가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등에 쓰이는 원료다.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2월 여수산단 내 2공장 내 5개 생산 라인 중 3개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함께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NCC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중국 중심의 동북아 권역 공급과잉에 따른 불황에 직면했다. 과거에는 중국을 대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냈지만, 중국의 자국 설비 증설이 급격히 이뤄지면서 저가 물량이 역으로 시장을 잠식했다는 분석이다.이 영향에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전통적 성수기로 꼽히는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실제 롯데케미칼 기초화학 부문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2161억 원을 기록했고, LG화학 석유화학 부문도 904억 원의 적자를 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46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금호석유화학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5.3% 감소했다. -
- ▲ 여천NCC 여수 2사업장. ⓒ여천NCC
이 같은 불황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손익과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불황이 지속된다면 3년 뒤에는 기업의 절반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했다.BCG는 특히 2·3차 공급업체(벤더)가 연쇄 도산하는 이른바 '도미노 충격'을 우려했다. 산단별 1~2개 업체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받게 되더라도 연관된 2·3차 공급업체가 연쇄 도산, 지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업계에선 정부 주도 석유화학 산업 재편과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고 대규모 시설 투자와 전문 인력이 필요한 만큼,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실제 여천NCC 자금 지원을 둘러싸고 양사 의견이 분분한 배경엔 정부의 지지부진한 석유화학 지원안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 회복 의지를 분명히 보여줘야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도 투자할 수 있다"라며 "정부가 석화 업계의 비용 절감을 위해 세금 감면이나 행정 지원 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재명 대통령은 21대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석유화학 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는 등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앞선 인사청문회 당시 "취임하면 이른 시일 내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매우 심각한 만큼 정부의 지원이 지연돼 적기를 놓칠 경우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석화 산업 지원 특별법이 신속히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는 일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