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채권 5.2조 발행해 규제 대응 … 이자도 눈덩이1분기 채권 이자만 1578억원 … 2009년 이후 분기 최고치자본건정성 지키려다 이자만 늘어나는 '조삼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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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전성 강화'를 외친 규제가 정작 보험사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보험사들이 규제 충족을 위해 채권 발행에 나섰고, 그 결과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재정 건전성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 5조 넘게 찍은 채권 … 이자 부담 '역대 최고'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손해보험사들이 발행한 후순위채 규모는 총 5조225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발행규모인 8조3250억원의 약 60%이상 수준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각각 8000억원 후순위채 발행, 한화생명과 KB손해보험 6000억원, 신한라이프와 한화손해보험 5000억원 등을 발행했다. 농협손해보험과 흥국생명은 각각 2000억원, ABL생명 1500억원, IM라이프생명은 750억원 규모다.

    채권을 대거 발행하면서 이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보험사의 발행채권 이자는 총 1578억원으로 전년 동기 977억원 대비 61.6% 급증했다.

    이는 금감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한 지난 2009년 이후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즉 단순 계산으로 올해 보험사들이 채권 이자로만 6000억원을 쓴다는 뜻이다. 

    ◇ 채권 발행 불가피하게 만든 K-ICS 규제

    보험사들이 이자비용 급증에도 불구하고 채권을 찍어내는 이유는 금융당국의 지급여력(K-ICS) 비율 때문이다.

    K-ICS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고객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다.

    올해 1분기 생명·손해보험사의 전체 K-ICS비율은 197.9%로 지난 2023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200%를 밑돌았다. 일부 보험사는 금융당국의 당시 권고 기준 1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부랴부랴 채권을 발행하고 자본을 확충해 K-ICS 비율 개선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제로는 채권 발행 확대와 이자비용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 더 촘촘해지는 K-ICS 규제 … 업계 "'이자 폭탄'만 남아"

    문제는 K-ICS 규제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하반기부터 '기본자본' K-ICS를 도입할 예정이다. 

    현행 K-ICS 제도에선 K-ICS 비율을 측정할 때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도 포함된다. 즉 빚 성격을 띈 자본도 K-ICS 비율을 계산할 때 포함시켜준다는 뜻이다.

    반면 '기본자본' K-ICS 제도는 보완자본을 제외한 회사의 순수 자기자본, 예를 들어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만을 포함해 K-ICS 비율을 측정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발행한 후순위채로 매년 내야할 이자만 수천억원"이라며 "기본자본 K-ICS 규제가 도입되면 발행한 후순위채는 쓸모가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