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370만톤 감축안에 기업 간 눈치싸움 불가피NCC 없는 금호석화 여유, LG·롯데 '발등에 불'핵심은 스페셜티… 범용 의존도 높은 기업 불리
  • ▲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 전경.ⓒLG화학
    ▲ LG화학 전남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공장 전경.ⓒLG화학
    정부가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을 앞세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LG화학·롯데케미칼 등 주요 대기업들은 자구책 마련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NCC가 없어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되며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금호석화는 외부에서 기초원료를 조달해 고부가가치 특화 제품(스페셜티)에 집중해온 전략 덕분에 업황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롯데케미칼·SK지오센트릭·한화토탈 등 10개 주요 업체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연말까지 최대 370만t 규모의 NCC 설비 감축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전체 생산량(약 1200만t)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준이다. 금호석유화학은 NCC 자체가 없어 이번 협약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LG·롯데·한화와 함께 ‘빅4’로 불리지만, 금호석화는 NCC를 운영하지 않아 이번 구조조정의 파고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NC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은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핵심 설비다. 하지만 중국과 중동 지역의 대규모 증설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되면서, NCC 중심 국내 석화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이에 정부는 산업 재도약을 위한 사업 재편의 첫 단계로 NCC 감축에 나선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4개월 안에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천NCC의 연간 생산량이 200만t에 달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단일 회사 전체 물량에 맞먹는 설비를 줄여야 하므로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NCC 감축을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통폐합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셈법이 얽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경우 NCC 재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부담까지 겹치면서, 기업 간 ‘줄다리기’ 양상의 눈치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NCC가 없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상황이 달라졌다. NCC 기반 사업에서 적자에 시달리는 경쟁사와 달리,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85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에 그쳤다.

    정부가 NCC 감축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범용 제품 의존도를 줄이고 스페셜티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조가 깔려 있다.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과 함께 신사업·고부가 제품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과잉 설비 감축 및 스페셜티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 구조개편 3대 방향을 제시했다.

    롯데케미칼과 LG화학 등 주요 기업도 스페셜티 중심 포트폴리오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모빌리티용 기능성 플라스틱, 전기차용 난연 플라스틱, 의료용 특수소재를, LG화학은 3분기부터 고성능 타이어용 합성고무와 ABS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문제는 NCC를 중심으로 기초원료 생산에만 치중한 기업들이다. 여천NCC처럼 범용 제품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가진 곳은 감축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NCC 감축 등 산업재편이 본격화되면 고부가 제품 전환을 위한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