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내년 51.6%, 2029년엔 58%적자 국채 110조 발행, 국채 이자비용만 30조 노란봉투법 강행에 노동개혁 되레 퇴행관세전쟁 밀려 산업 구조개편도 하세월교육·공공개혁 등도 엄두 못내는 상황빚내 연명하면 남미 넘어 베네수엘라 전철 밟을 수도
  •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9회 국무회의(임시)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8.29.ⓒ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9회 국무회의(임시)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08.29.ⓒ뉴시스
    확장재정 기조를 선언한 이재명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약 55조원 늘린 728조원으로 편성했다. 5년 임기 동안 매년 재정수입보다 재정지출이 큰 구조여서 올해 1273조원인 나라빚은 내년에 사상 첫 1400조원을 돌파, 4년 뒤에는 무려 1800조원에 이르게 된다.

    국가채무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재정을 확대해 경기 부양을 일으켜야 한다는 이재명표 '씨앗론'에 바탕을 두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경제 전반에 위기가 올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근본적인 구조개혁 없이 무책임하게 나랏빚만 늘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29일 발표한 '2025~2029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728조원 규모의 예산 편성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본예산 기준 올해 73조9000억원에서 109조원으로 늘어난다. 관리재정수지는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나라살림 지표다.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141조9000억원 늘어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내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51.6%를 기록할 전망이다. 더 나아가 2029년까지 국가채무를 1788조9000억원까지 늘리며 국가부채비율도 58.0%까지 불어난다. 

    국가채무는 이재명 정부 5년간 총 516조원으로 증가한다. 이는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재정수입 연평균 증가율이 4.3%인 데 반해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이 5.5%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게 되는 구조적 문제가 고착화 되기 때문이다.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나랏빚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현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수입 증가율보다 지출 증가율이 높은 구조여서 내년에만 110조원에 달하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이 경우 내년에만 총 36조원가량 국채 이자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특히 해가 지날수록 적자 국채가 늘어나면서 2029년도에는 44조원 수준의 국채 이자 비용이 생겨 나라살림 구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채무 비율 58%는 확장재정으로 성장률이 올라가고 세입 여건이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성공했다는 가정을 굉장히 높게 하지 않은 결과"라며 "인공지능(AI)에 집중하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통한 경제 대혁신으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 모두 체감할 수 있는 민생회복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AI 대전환, 신산업 혁신을 통한 기술주도 성장 및 공정한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마디로 과도하다. 재정 적자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우려가 된다"며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상당히 훼손될 것이다. 이런 부분을 감안을 해서 차년도에는 조정해야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진작을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쓸 필요가 있지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 세수가 줄면서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또 국채 발행을 계속하게 되면 재정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예산안 및 25~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5.08.29. ⓒ뉴시스
    ▲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예산안 및 25~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5.08.29. ⓒ뉴시스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재정 중심의 정책만으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경기반등을 이뤄내기도 힘들다. 성장의 마중물이 되려면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등을 통해 성장 동력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감세와 규제 혁파 등으로 돈이 돌게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 기조는 정반대로 가고 있어 더욱 암울하다. 대표적으로 여당이 노란봉투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산업 현장에선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사용자의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해 원청 대기업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하청업체 노조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또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면서 각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이로 인해 한국에 투자한 해외 기업들이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

    산업 흐름에 맞는 변화 추구와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초점을 맞춘 AI·로봇 등 초혁신에 투자를 강화하는 정부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미·중 갈등에 '샌드위치' 신세인 반도체, 중국 추격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조선업 등 전통 제조업을 대체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버전의 신산업 발굴도 중요하다. 

    정부가 지금껏 산업 구조 개편에 손을 놓으면서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조선 산업 역시 중국의 추격으로 조만간 역전 당할 기세다. 특히 국가핵심 기간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교육·공공개혁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전 정부에서 여러 차례 개혁의 칼을 빼 들었지만 노조의 저항 등에 막혀 흐지부지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대로 두다간 미래세대의 경쟁력 저하와 행정 신뢰 붕괴로 이어질 거란 지적이 나온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잠재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기 때문에 재정 확대 정책을 펴는 것은 옳은 방향이지만, 뼈를 깎는 구조개혁이 당연히 동반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재정 수지만 악화시키고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구조개혁과 더불어 기업들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이재명 정부는 진영 논리에 맞춰 노란봉투법 같은 반기업법을 계속 통과시키고 있다"며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세금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확장 재정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지금의 우리나라는 빚내 연명하다가 후진국의 나락에 빠진 남미 국가, 심지어 자원 보고를 갖고 있음에도 살인적 인플레에 후진국으로 전락한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느냐, 구조개혁으로 미래세대에 더 큰 성장의 과실을 안겨주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