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반도체 지수, 3.92% 급락 … 산업지수 중 최하위삼성전자 3%·SK하이닉스 4.83% 약세 … 반도체 전반↓“삼전·SK하닉 라인 진부화 진행 … 엔비디아 상관관계도 높아”
  • 국내 반도체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AI(인공지능) 칩 국산화’ 전략을 내건 데다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중국 공장 관련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반도체 관련 종목들로 구성된 ‘KRX 반도체’ 지수는 전장(2600.36)보다 101.04포인트(-3.89%) 급락한 2499.32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코스피(-1.35%)·코스닥(-1.49%) 지수 수익률을 밑도는 수치며 거래소가 산출하는 34개 KRX 산업지수 중 최하위다. 이날 ‘KRX 반도체 Top 15’ 지수도 34개 테마형 지수 중 꼴찌를 기록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젬백스는 13.34% 폭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고 ▲한미반도체(-6.32%) ▲티씨케이(-6.03%) ▲SK하이닉스(-4.83%) ▲이오테크닉스(-4.79%) ▲HPSP(-4.31%) ▲주성엔지니어링(-4.01%) ▲DB하이텍(-3.59%) ▲원익iPS(-3.32%) ▲삼성전자(-3.01%) 등이 동반 약세를 보였다. 반면 테크윙(9.48%), 제주반도체(1.18%), 피에스케이홀딩스(0.29%), 하나머티리얼즈(0.19%) 등은 상승세를 시현하는 등 종목별 차별화 흐름을 나타냈다.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도 K-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가 8.05% 내린 데 이어 ▲삼성자산운용 ‘KODEX 반도체레버리지(-6.74%)’ ▲신한자산운용 ‘SOL 반도체전공정(-5.02%)’ ▲TIGER Fn반도체TOP10(-4.32%)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이날 반도체주들의 하락을 주도한 것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183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순매도 상위 1위를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102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투자자들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735억원, 162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 1943억원, SK하이닉스 1174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내줬던 중국 공장 내 반도체 장비 반입 허용을 철회하자 이들 기업 주가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프로그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내 생산시설에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 일일이 허가받을 필요가 없도록 했던 포괄 허가를 폐지키로 한 것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해당 정책이 장기화 된다면 중국 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라인의 진부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중국 내 레거시 노드에서의 경쟁 구도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알리바바가 자체 새로운 AI 칩을 개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달 29일 알리바바의 새 AI 칩은 기존 칩보다 더 범용성이 높고 더 다양한 AI 추론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간 알리바바는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였지만,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칩을 자체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반도체 개발 이슈로 엔비디아 진영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국내 메모리 업체는 엔비디아와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단기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이슈들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신규 라인과 공정들은 국내에서 생산·투자 계획이 된 데다 중국 AI 칩의 대체 영역은 추론 영역에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류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중국 지역은 신규 라인과 공정들은 현상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어 단기적인 VEU 폐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이번 조치의 핵심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접근에 대한 주도권을 갖추려는 것으로 글로벌 메모리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극단적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중국 AI 칩의 훈련 영역에서는 여전히 CUDA(쿠다)를 기반으로 한 엔비디아의 선호도가 더욱 높을 것”이라며 “중국 LLM 딥시크 R2 출시는 정부 지시로 인해 화웨이의 CANN 사용이 강요돼 출시가 지연되기도 했으며 알리바바의 ASIC도 CUDA와 호환되기 때문에 훈련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의 CUDA를 활용하고 추론에서 ASIC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