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6개월간 487건...매월 7건 이상 사고 발생 NH투자증권, 전산사고 43건으로 가장 많아카카오페이·토스 등 온라인 기반도 사고 빈번피해액은 한투·키움· 미래에셋 순...피해액 수십억원 달해김상훈 "잦은 전산사고 시장 신뢰 떨어뜨려 … 제재 강화해야"
  • #지난 4월 키움증권을 통해 주식을 거래하는 개인 투자자 A씨는 개장 직후 ○○ 기업의 종목에 대응하기 위해 개장 전부터 준비했지만 프로그램 오류로 매도 타이밍을 놓쳤다. A씨는 "주식은 타이밍이 생명인데 매도가 지연되면서 더 큰 손실을 봤다"며 "1%내에서 손절(손해보고 매도)해도 될 것을 10%대에서 팔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증권사 전산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가운데 최근 5년 6개월 동안 NH투자증권이 전산사고를 가장 많이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피해액 기준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증권사 37개사에서 발생한 전자금융 사고는 총 487건으로 피해액은 267억원에 달했다. 5년 6개월간 매월 7건 이상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43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토스증권(42건), 카카오페이증권·신한투자증권(각 39건), 삼성증권·키움증권(각 31건), LS증권(26건), 교보증권(21건), 한국투자증권(19건) 순이었다.

    피해액 기준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이 65억5472만원으로 가장 컸다. 키움증권은 60억8105만원으로 뒤를 이었지만, 지난 4월 초 발생한 전자금융사고 피해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최종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미래에셋증권은 41억672만원으로 3위에 올랐고, 삼성증권은 19억7885만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14억3370만원), SK증권(10억634만원), LS증권(9억361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 단일 사고 기준으로는 2020년 키움증권의 프로그램 오류가 47억668만원의 손실을 남기며 최악의 사고로 기록됐다. 당시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문 수요가 급격히 몰리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거래가 중단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다음으로는 2021년 미래에셋증권(39억1928만원)의 시스템·설비 장애가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4월 미래에셋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와 MTS에서 개장 직후 접속장애가 발행해 약 80여분간 이용자들이 매수·매도에 어려움을 겪었다. 

    3위는 한국투자증권(25억2630만원)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2년 8월 한국투자증권 HTS·MTS에서 시스템·설비 장애로 약 15시간 가량 거래가 멈추는 일이 발생했다. 트레이딩시스템뿐만 아니라 홈페이지 등 내부 전산까지 올스톱되면서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바 있다.

    사고 유형별로는 프로그램 오류가 18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전체 금융사고의 38.6%에 해당한다. 프로그램 오류 사고가 가장 많았던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으로 18건이었다. 피해금액은 2억1665만원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이 17건으로 뒤를 이었고, 교보증권(16건), 토스증권(14건), 카카오페이증권(14건), 삼성증권(13건) 순이었다. 키움증권은 9건에 불과했지만 피해액이 무려 47억8500만원으로 가장 컸다.

    증권사들은 전산 시스템에 수천억원을 투입해 시스템 안정성 도모에 나섰지만 전산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올 1분기에만 전산 투자비에 301억원을 쏟아부었지만, 4월 초 이틀 동안 주문 체결 시스템 오류로 1만8000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됐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노력에도 개선되지 않자, 금융당국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증권사의 IT 및 정보보안 리스크를 정기·수시로 점검하고, 신속 정보수집 및 공유를 통해 유사사고 재발 방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감원의 '인허가 취소 가능성' 경고에도 최근까지 전산오류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책의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일례로 키움증권은 지난 2일 오후 5시경 미국 프리마켓 개장 직후 MTS에서 일부 미국주식 주문이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키움증권 제휴 증권사 문제로 개장 직후 지연 이슈를 해소했지만 프로그램 반영이 늦어지면서 일부 국내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김상훈 의원은 "증권사 전산사고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투자자 피해는 물론 시장에 대한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며 "수시 점검과 함께 사고 발생 및 가이드라인 미준수 시 보다 강력한 조치를 통해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