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GS칼텍스, 여수 NCC 수직통합 거론"2년째 안 팔리던 매물, 누가 인수하겠나"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통합도 난항 거듭말 뿐인 정부지원… 석유화학지원특별법 시급
  • ▲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석유화학업계 공약ⓒ뉴데일리DB
    ▲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석유화학업계 공약ⓒ뉴데일리DB
    정부가 석유화학업계에 연말까지 고강도 자구책 마련을 압박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수평·수직 통합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미 수차례 제시됐던 '모범 답안지'일 뿐, 규제 완화와 금융 혜택 등 구조조정의 단초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공회전만 거듭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이 여수 NCC 공장을 GS칼텍스에 매각하고 양사가 합작사를 통해 공장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제안한 여수 NCC공장은 2공장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의 여수 NCC2 공장 매각 추진은 2023년부터 진행돼 왔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공세로 업황이 하락세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쿠웨이트석유공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포함한 매각 전망이 우세했지만, 지분율과 가격 차이 등으로 양측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공장은 LG화학이 2021년 준공했으며, 에틸렌 기준 연산 80만톤 규모다. LG화학 전체 생산능력의 24%에 해당한다. 실제 전체 지분 매각 시 약 3조원 규모의 빅딜로 평가된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2년 가까이 여수 NCC 공장 매수자를 찾지 못했는데, GS칼텍스가 정부의 구조조정 압박 때문에 손해를 떠안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회사 이익에 반하는 결정이 될 수 있어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GS칼텍스 지분 절반을 보유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셰브런이 수직통합에 동의할지도 미지수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LG화학이 여수 NCC 공장 매물의 매수자를 찾는 과정의 연장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 LG화학 여수공장 전경.ⓒLG화학
    ▲ LG화학 여수공장 전경.ⓒLG화학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 NCC 공장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의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JV)으로, GS칼텍스와 LG화학과는 상황이 다르다. 현재 양사는 지분을 5대 5로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업황 악화로 가격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 간 온도차도 존재한다. 범용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여천NCC, 롯데케미칼 등은 정부의 강력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천NCC는 최근 3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렸으나, 한화와 DL의 지원으로 가까스로 급한 불을 껐다. 여천NCC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자금 수혈은 연말까지만 유효하다"며 "내년 또다시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재편 및 투자 지원 확대, 전기요금 지원, 고용 및 지역경제 충격 완화 등을 담은 석유화학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선(先) 자구, 후(後) 지원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