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현대차 美 배터리 공장 구금 사태 재발 우려 확산배터리 넘어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산업계 곳곳 영향권취업비자 신설 문제 해결 안 되면 사실상 파견 어려워대미 투자 기업 "정부 차원 비자 문제 해결해야" 한목소리
  •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연합뉴스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지아주 합작공장에서 벌어진 불법 이민 단속에 따라 구금된 한국인 300여 명이 석방으로 일단락된 가운데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계와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산업계는 현재로선 이번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어 정부가 비자 문제 등 근본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8일 업계와 외교당국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당국 구금 시설에 억류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 명은 조만간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은 지난 5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서배나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현대자동차의 합작 배터리(HL-GA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벌였다.

    미 당국은 475명을 체포했고, 297명을 구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 47명(한국 국적 46명·인도네시아 국적 1명)과, 설비 협력사 소속 250여 명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정부와 기업 주도의 석방 교섭으로 귀국 조치할 예정이나, 이번 일로 건설 인력 상당수를 잃은 HL-GA 공장 건설에는 차질을 빚게 됐다. 연간 30GWh, 전기차 30만 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인 해당 공장은 2023년 하반기 착공을 시작해 당초 올해 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었으나,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배터리 기업은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화오션, 기아 등 반도체, 조선, 자동차, 유통 등 미국 공장 건설을 앞둔 모든 기업이 안심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단속이 이뤄진 조지아주는 삼성·SK 등 대기업을 포함한 한국기업 110곳 이상이 진출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 등 3개 공장을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오하이오·테네시 공장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공장이다.

    SK온도 포드와 함께 켄터키·테네시주에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이밖에 LG화학(테네시), 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켄터키), 한화큐셀(조지아) CJ푸드빌(조지아) 등도 연내 미국 공장 완공이 예정돼있다.

    SK하이닉스 역시 38억7000만 달러(약 5조3000억 원)를 들여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과 연구개발(R&D) 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지아주에 물류, 서비스 및 유통 거점을 두고 있다. 이곳에서 동남부 지역 전자제품 유통 허브를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현재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에 국내 산업계는 초비상에 걸렸다. 이번 구금 사태로 사실상 미국 출장이 막혔지만, 그렇다고 당장 현지 인력을 고용해 업무를 지속하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당국은 합법적 취업 비자(H1B)를 발급받으라는 입장이지만, 발급 수요 대비 연간 발급 건수는 턱없이 작은 상황이다.

    현지 전문 인력 채용에도 기술 유출 우려 등 어려움이 따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인 채용으론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숙련도, 비용, 문화차이 등 극복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 등을 포함한 비자 발급 확대를 절실히 바라고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와 공동으로 대미투자 기업들의 비자 체계를 점검하는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은 물론 SK온·삼성SDI·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HD현대 등 최근 대미 투자를 결정하거나 이행한 기업들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 산업부는 각 기업으로부터 대미 투자 프로젝트 이행 현황 및 비자 문제 등 인력 운용 상황을 점검하고, 기업들의 미국 비자 관련 건의 사항을 수렴했다.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기업들의 상황을 잘 들었고, 저희의 생각도 기업들과 공유했다"라며 "우리 기업들이 부당하게 불이익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