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노조 출범 앞두고 서울대병원 노조 총파업 선언환자단체 "환자만 볼모, 희생 반복되는 참담한 현실"의사 파업뿐만 아니라 필수의료 부재 막을 대책 필요 총인건비제·공공의료 투자 부재…정부 구조개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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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 6개월 동안 이어진 의정갈등이 전공의 복귀로 봉합되나 싶더니 이번엔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오는 17일부로 예고했다. 이에 앞서 14일에는 전공의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한다. 전공의 복귀와 동시에 노조 파업이 맞물리면서 의료 파업의 악순환이 다시 시작되는 모양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5~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2895명이 참여해 93.58%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참여율은 85.3%에 달했다. 노조는 전공의 공백 1년 반 동안 간호사와 진료지원 인력이 중환자 치료까지 떠맡았지만 돌아온 건 일방적 재배치와 감축이었다고 토로했다. 

    노조가 내건 요구는 ▲중환자를 돌볼 필수 인력 충원과 임금체계 개편 ▲서울대병원 운영 주체의 보건복지부 이관 ▲총인건비제 개선이다.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국립대병원 구조와 공공의료 시스템 전반을 건드리는 요구다.

    이번 사태가 서울대병원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강원대·경북대·충북대병원 등 다른 국립대병원 노조도 잇따라 쟁의행위 조정절차와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노동위원회 조정이 불성립되면 연쇄적 파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 수도권 거점뿐 아니라 지방의 중추적 국립대병원까지 멈춰설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참여 직군도 간호사에 한정되지 않는다.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광범위한 병원 종사자들이 조합원으로 묶여 있다. 필수 진단·치료를 담당하는 직군까지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 공백은 전공의 파업 때보다 훨씬 더 직접적일 수 있다.

    환자단체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왜 환자들은 매번 의료 종사자들의 파업에 희생이 돼야 하나. 환자는 늘 볼모일 뿐이다. 보호 체계가 없는 참담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 파업만 막을 게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 전체 파업을 포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환자의 피해는 일상화돼 있다. 진단서 하나 발급받는데 40분, 응급실 대기 3시간은 흔한 일이다. 진료 지연과 수술 연기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 됐다. 인력 부족과 제도적 한계는 병원 안팎에서 환자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여기에 파업까지 더해지면, 환자의 고통은 곧 생명의 위기로 이어진다.

    문제는 시점이다. 전공의노조는 출범과 동시에 장시간 근무, 열악한 수련환경 개선을 내세우며 합법적 파업권을 갖게 된다. 간호사 노조, 물리치료사 노조와 마찬가지로 집단행동의 길이 제도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의료현장은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정부의 책임도 무겁다. 국립대병원 체계는 총인건비제라는 족쇄에 묶여 인력 충원과 임금 정상화가 불가능하다. 공공의료 확충을 외치면서도 실질적 투자와 개혁은 더뎠다. 의사 파업·간호사 파업·전공의노조 출범은 각각의 사건이 아니라, 정부가 방치한 구조적 균열의 다른 얼굴이다.

    결국 질문은 단순하다. "환자는 왜 늘 희생해야 하는가."

    의사도, 간호사도, 정부도 이 질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파업이 아니라 제도적 합의를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에도 환자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의료 파업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