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약 50만건 중 49만건" … 사실상 '자사 전용 창구'소비자 선택권·비교설명 의무 취지 훼손 우려한화생명 "이해도 높은 상품 추천, 자연스러운 현상"
  • ▲ 한화생명ⓒ한화생명
    ▲ 한화생명ⓒ한화생명
    한화생명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지적받았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11일 법인보험대리점 통합공시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자회사 GA(보험대리점)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올해 상반기 판매한 생명보험 신계약은 50만1444건, 총 873억2200만원 어치다. 

    이중 모회사 한화생명의 생명보험이 49만497건, 총 818억8246만원을 차지했다. 

    즉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지난 6개월 동안 판매한 생명보험은 건 기준 97.8%, 금액 기준 93.7%가 모회사 한화생명의 상품인 셈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과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100%에 가까운 내부거래 비중에 당시 김병기 의원은 "한화생명 판매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고, 당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너무 편중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얼말하게 점검"하겠다고 대답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생명보험 중 한화생명 상품 비중이 높은 건 맞다"면서도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 전속채널에서 물적분할로 생긴 회사이므로 설계사 입장에선 한화생명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상품의 특성상 상품의 차별성이 크지 않고 유사한 상품이 많은 시장에서 고객에게 이해도가 높은 상품을 권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사 편중 영업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정상 보험대리점은 소비자 권유 시 최소 3개 이상의 보험사 상품을 비교·설명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판매 실적이 특정 회사 상품에 쏠릴 경우 비교설명이 형식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감 몰아주기는 한화생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삼성화재금융서비스의 경우 전체 신계약의 약 95%가 모회사 삼성화재 상품이고, 삼성생명금융서비스 역시 생명보험 상품 95%가 모회사 삼성생명 상품이다.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똑같은 문제로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지적을 받은 것을 고려할 때 내달로 다가온 올해 국정감사에 소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 정권에서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100%에 가까운 내부거래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약 3만5000명의 보험설계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